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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 日의 독도망언, 듣기만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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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 日의 독도망언, 듣기만 하려나

입력
2005.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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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백범 김구 선생의 일화 하나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선생께서 왜인들에게 체포됐다가 출옥한 뒤 고향에 가니 금의환향한 영웅을 반기듯 잔치가 한판 벌어졌다. 그런데 지역유지들이 기생집에서 선생님을 대접하면서 모양새가 아주 무너진다. 선생은 그때의 심정을 이렇게 피력했다. "왜놈들은 이미 먹은 나라도 뱃속에서 삭이려고 나를 그렇게 고문하는데 우리는 내가 무슨 대단한 독립운동을 한 양 잔치를 벌이는구나." 그 심정의 만분지일이라도 공감한다면 일본이 보이는 목전의 해괴한 언행에 마음이 편할 수 없다.

독도를 생각하면 우리는 왜 늘 이렇고 저들은 또 늘 왜 그런가를 자문해보지 않을 수 없다. 1945년 연합국에 무조건 투항한 일본이 왜 그토록 우리에게는 뻔뻔한지. 이 자리에서 독도 영유권에 대해 중언부언할 필요를 느끼지 않지만 개인적으로 우리 땅 독도를 추호도 의심한 적이 없다. 고백하자면 대마도도 우리 땅이라는 생각을 늘 한다는 것이지만.

정말 우리는 팔자에 괜찮은 이웃을 둘 복은 없는지. 왜인들은 날로 땅을 뺏으려 하고 중국인들은 잃어버린 것도 억울한 옛 땅을 기억에서까지도 뺏으려 하니 정말 억장이 무너진다. 새만금사업을 생각해보면 더 기막히다. 곡절이야 어떻든 우리는 간척으로라도 국토를 넓히고자 하는데 정작 있는 우리 땅도 이처럼 시비가 되는 판이니 어이가 없다.

나만 그런지 모르겠으나 밖으로 이처럼 분하고 억울한 일을 당해도 우리가 늘상 보이는 조용히,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의 행태는 더 밉살스럽다. 아마도 내가 평상심을 잃은 탓일 수도 있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화를 달랠 수가 없다.

중국의 이른바 동북공정도 마찬가지다. 중국에 대한 수업 때 학생들에게 "한족(漢族)이 원래 소유했던 땅이나 거주지역을 표시해보라. 현재 중국 영토의 삼분의 일도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가르친다.

거꾸로 우리는 원래의 자기 땅조차 빼앗기는 처지가 되었다. 바로 옆에 있는 이웃이 하나는 몸에서, 하나는 마음에서 우리의 일부를 잘라내는 일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도 그 속상한 6자회담에 그들을 끼워넣어야 하고 조율을 부탁해야하는 우리 처지가 딱하다. 내가 너무 보수적인 민족주의자이어서 그런 것인지 씁쓸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 삼일절에 태극기를 보며 떠올린 이런 심정은 아마도 유독 나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박성진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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