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는 음악의 총체적 면모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어느 작곡가보다 위대합니다. 음악의 힘은 복합성, 모호성에 옵니다. 거기서 많은 다양성이 생기고 그게 바로 예술의 본질이지요. 말러의 음악이 특별한 것은 그런 특성이 더욱 극단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극히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다가 갑자기 악마가 떠오르는 흉측한 액센트가 등장하는 등 그의 음악에는 다양성, 상반되는 요소의 충돌과 그로 인한 갈등이 있습니다. 그의 음악은 미래의 불확실성, 물질주의, 테러리즘이 횡행하는 오늘날 삶과 상통하죠. 요즘 젊은이들이 말러에 열광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3일 경기 고양의 덕양어울림극장에서 열리는 베를린 심포니 내한공연의 지휘자 엘리아후 인발(69·사진)은 2일 기자회견에서 말러에 대한 견해를 1시간 가까이 피력하는 열정을 보였다. 말러 전문가다운 모습이었다. 2001년부터 베를린심포니를 이끌고 있는 그는 프랑크푸르트방송교향악단을 맡고 있던 1980년대에 이 악단과 말러 교향곡 전집 음반을 냈었다.
일본 순회공연 길에 한국에 들른 베를린 심포니는 고양에서 말러 교향곡 5번과 하이든 첼로협주곡, 그리고 올해로 타계 10주기인 윤이상의 ‘바라’(婆羅)를 연주한다.
"윤이상 선생을 잘 압니다. 제 연주회에 자주 오셨죠. 한 번은 유명한 첼리스트 오귀스탱 뒤메이와 윤 선생을 집으로 초대했어요. 그날 따라 와인이 어찌나 맛있는지 혼자서 거의 다 먹는 바람에 윤 선생의 음악이 연주되는 동안 그만 잠이 들었어요. 결국 처음부터 다시 연주했죠. 선생이 제가 와인만 마시면 쿨쿨 자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이해해주셨죠."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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