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그저 안정적인 직업 정도로 여겨지는 요즘, 헌신적인 선생님과 말썽쟁이 학생의 갈등과 화해 스토리는 좀 낯간지러울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 영화 속 선생님들은 학생들보다 더 큰 상처를 지닌 불완전한 인간이다. ‘코러스’ 역시 실패한 작곡가로 자포자기에 빠져 있던 음악 교사 마티유(제라르 쥐노)가 문제아를 모아 놓은 기숙학교의 음악선생으로 부임해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상처를 치료하고 서로의 꿈을 이끄는 이야기다. ‘홀랜드 오퍼스’나 ‘꽃 피는 봄이 오면’ 등과 마찬가지로 이들의 교감 과정은 관객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엄마의 관심을 끌기 위해 말썽을 일삼는 모항주, 전쟁으로 부모를 잃고서도 면회날마다 교문 앞에 서서 아빠를 기다리는 페피노 등 상처 받은 학생을 보듬고, 아이들은 매로 다스려야 한다는 권위적인 교장과 맞서며 마티유는 자신의 상처까지도 치유해 간다.
이야기는 학교를 배경으로 한 여느 영화처럼 갈등과 화합을 반복한다. 문제아와의 만남(갈등)-합창 시작(화합)-모항주 엄마와의 연애(갈등)-백작 부인 앞에서의 합창 발표회(화합)-기숙사 화재(갈등)-아이들의 애정 어린 배웅 속에 떠나는 교사(화합), 이런 식이다.
하지만 이 흔한 이야기가 프랑스에서 무려 9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대성공을 거둔 것은 아름다운 음악 덕이 크다. 아역 배우들은 프랑스 리용 근처의 생마르크 학교 합창단원들이다. ‘천사 같은’이라는 상투적인 수식어 외에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는 곱고 맑은 목소리를 지닌 주인공 모항주 역의 장 밥키스테 모니에(15)도 이 학교 합창단원 중 한 명이었다. ‘코러스’는 제77회 아카데미 영화제 음악상 후보로 올랐으며, OST 앨범은 프랑스에서만 130만 장 이상 팔려 나갔다. 영화의 흥행으로 생마르크 학교 합창단의 전국 투어 공연은 연일 매진됐다.
‘코러스’에는 한국 관객들에게는 매우 반가운 얼굴이 등장한다. ‘시네마 천국’에서 수 십년 만에 고향을 찾아 추억에 빠지는 어른 토토를 연기했던 자크 페렝이 세계적인 지휘자로 성장한 후 마티유와의 옛추억을 회상하는 어른 모항주를 연기했다. 귀여운 소년 페피노로 등장하는 막사스 페렝은 자크 페렝의 아들이다. 크리스토퍼 바라티에 감독. 3일 개봉. 전체 관람가.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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