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식 펀드가 최근 인기투자상품으로 급부상하며 폭발적인 위력을 과시하자 유독 쾌재를 부르는 은행이 있다.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이다. 은행 적금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기는 하지만, 적립식 펀드의 절반 이상이 국민은행 창구에서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대마진 수입의 감소분을 적립식 펀드 위탁 판매 수수료로 충분히 메우고 남는다는 얘기다. 무시할 수 없는 영업망의 힘이다.
2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권이 예·적금 등 전통적인 은행상품 판매에서 탈피해 펀드나 보험 등으로 판매 영역을 확대하면서 국민은행이 1,100여곳에 달하는 영업망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그간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 자동화기기 등의 확산으로 은행권에서 창구영업이 점차 축소돼 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2월말까지 국민은행의 적립식 펀드 판매 잔액은 1조3,100억원으로 전체 적립식 펀드 판매고(2조5,500억원)의 절반을 웃돌았다. 특히 지난해말 1조800억원에서 2개월 사이 2,300억원이 늘어나는 등 갈수록 판매가 확대되는 추세다.
방카슈랑스 역시 비슷하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2003년9월부터 올 1월말까지 국민은행이 판매한 생명보험은 총 26만8,360건으로 이 기간 전체 방카슈랑스 판매 건수(66만8,855건)의 40.1%에 달했다.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은행권 예금 이탈과 관련한 질문에 "예금에서 빠진 자금이 적립식 펀드와 방카슈랑스 등으로 옮겨가고 있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답변한 것도 이같은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국민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사내 위성방송을 시작하고 창구 순번표시기를 없애는 등 창구영업 활성화에 더욱 주력할 방침이다. 국민은행은 이날 영업 외 시간에는 직원 PC를 통해 교육 프로그램 등을 내보내고, 영업시간 중에는 전국 영업점 TV를 통해 상품 정보나 금융정보 프로그램 등을 실시간 방송하는 KB위성방송을 개국했다. 또 창구를 찾는 고객 편의를 위해 영업점 내 순번 표시기를 없애기로 하고, 이날 인천 삼산지점에서 PDP TV 화면에 순번을 표시하는 시스템을 시범적으로 선보였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다른 은행들이 소수 VIP 점포를 통해 우량 고객 영업에 주력할 때 국민은행은 폭 넓은 점포망을 토대로 서민밀착형 영업의 기반을 다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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