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의 단식을 부른 고속철도 천성산구간 터널공사의 정부·민간 합동 환경영향 공동조사는 3월 중순께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율 스님을 비롯한 천성산 대책위원회와 건설교통부, 한국철도시설공단 등 정부측은 2일 각각 7명씩의 공동조사 전문가위원을 선정한 데 이어 3일 터널공사 환경영향 조사를 위한 첫 회의를 갖는다. 전문가위원은 연세대 지구과학시스템학과 한정상 교수(정부측), 부산대 지질학과 함세영 교수(민간측) 등 지질, 지하수, 생태계를 전공한 학자 10명?D과 정부 및 민간단체 4명 등 모두 14명으로 구성했다.
그러나 전문가위원들이 공동조사에 착수하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지율 스님 측은 몇 차례 실무회의를 가졌으나 조사의 범위나 방법에 있어 이견을 보여 3일 회의에서 합의를 보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민간단체 전문위원으로 선정된 녹색연합 서재철 자연생태국장은 "민간쪽에서는 터널공사가 천성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할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동원해 조사하자는 입장인 반면 정부쪽에서는 3개월로 한정된 조사 일정상 한 두 가지 방법으로 제한하자는 입장"이라며 "1~2주 정도 더 %B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공동조사의 핵심은 터널공사로 인해 무제치, 화엄늪과 내원사, 조계암 계곡 등 천성산 생태계에 교란이 생길 것인지 여부. 94년 환경영향평가 당시에는 터널공사에 따른 환경영향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2003년 한국지질공학회 조사에서는 "습지형성은 수맥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강우에 의한 것으로 환경적 영향이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터널공사로 인한 지하 수맥파괴로 늪과 계곡이 메마를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어서 공동조사 결과에 따라 공사중단 또는 재개여부가 결정된다.
특히 3개월의 촉박한 일정상 이에 대한 정부와 민간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릴 가능성도 적지 않아 결국 합의대로 법원심판에 맡겨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지난달 3일 지율 스님의 목숨을 건 단식을 끝낸 지 한 달이 넘도록 조사범위와 방법을 확정하지 못한 것은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지나치게 거북이걸음을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13.2㎞에 달하는 터널구간은 현재 210c정도 파 들어간 상태이며 공사는 계속 진행 중이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 지율스님 단식이후 첫 회견/ "파장 이렇게 클 줄 몰라 지금도 불안·희망 교차"
단식중단 27일 만에 모습을 드러낸 지율 스님(사진)은 2일 서울 서초동 정토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목소리에는 다소 힘이 없었지만 건강한 모습의 지율 스님은 "지금도 망설임, 두려움, 불안, 희망이 교차하며 떨린다. 저의 단식으로 오는 파장이 이렇게 클 줄 몰랐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아직 미음만 먹고 10m이상 걸어보지 못했으나 마음은 이미 천성산에 가 있고 내주 초에 내려갈 생각"이라며 "천성산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생각해 준 많은 분들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철도시설공단과 환경단체 간의 ‘3개월 환경영향공동조사’와 관련, "지금까지 한번도 제대로 조사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조사자체의 의미가 크다"며 "3개월 조사는 완벽하지 않겠지만 중요한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터널공사와 관련, 그는 "지금까지 ‘터널공사가 친환경적’이라고 해온 것은 터널공사로 인해 산의 물이 마르는 문제가 제대로 제기되지 않았기 때문일 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윤정기자 yjch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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