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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체육교육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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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체육교육 어디로 갔나

입력
2005.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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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올해는 유엔이 정한 무슨 해일까요? 국제 스포츠와 체육의 해(The International Year for Sport and Physical Education)입니다. 지구촌이 스포츠와 학교체육에 관심을 기울여 청소년의 건강을 증진하고 스포츠맨십도 함양하자는 취지입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해 11월 국제 체육의 해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젊은이들은 스포츠와 체육을 통해 협동과 관용을 베풀 뿐 아니라 진정한 기쁨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협력을 당부했습니다.

#2. 1월27일 서울 광화문 앞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후문. 늘 시위가 열리다시피 하지만 이날 집회는 2004아테네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피켓 시위를 벌였다는 점에서 유별났습니다. 남자유도 금메달리스트 이원희를 비롯한 체육계 인사 200여명은 교육부에 신설되는 학교건강정책과를 학교체육정책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만들어지지도 않은 일개 과(課) 이름 중 두 글자인 ‘건강’을 ‘체육’으로 바꿔야 한다는 좀스러운(?) 주장을 펴서인지 스타들의 반항치곤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죠.

그러나 이들의 어수룩한 시위에도 새겨야 할 대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테네 영웅들이 거리로 나설 정도로 학교 체육이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고, 우리나라 정부부처에는 학교 체육을 전담하는 1개과조차 없다는 사실입니다.

체육 행정만큼 부침을 겪은 곳도 없습니다. 88서울올림픽 개최가 확정되면서 1982년 신설됐던 체육부는 노태우 정부 시절 체육청소년부로 전환됐다가, 김영삼 정부 때 문화체육부로 흡수돼 3개국(이후 2국)으로 축소됐습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부처 명칭에서 아예 체육이란 명칭까지 사라져 문화관광부의 1개국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담당자의 숫자도 공무원은 할 일이 늘든 줄든 증가하게 돼 있다는 파킨슨의 법칙과 반대로 정말 감소했습니다. 기자도 정부 비대화를 무척 싫어하지만 건강이나 운동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이 같은 체육행정의 극단적인 축소는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3. 그리고 한달 가량이 지난 오늘(2일), 각급 학교가 긴 겨울방학에서 깨어나 일제히 개학을 했습니다. 40대 이상은 귀찮다 싶을 정도로 많았던 체육 시간을 떠올리겠지만 요즘엔 가뭄에 콩 나듯 듬성듬성합니다. 특히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고교 2,3학년의 수업시간표는 영어 수학 등 주요 과목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을 뿐 체육 과목이 아예 없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2000년부터 시작된 7차 교육과정으로 고2·3학년의 체육이 선택과목으로 바뀌면서 유명무실화됐기 때문입니다. 중3, 고3 때 용을 쓰며 턱걸이를 했던 체력장은 폐지된 지 벌써 10년쯤 됐습니다. 입시지옥의 무게에 눌려 학교 체육이 함몰한 셈입니다.

청소년의 체력이 부모뻘인 40, 50대보다 못하고, 일본 등 외국 학생들에 못 미친다는 각종 조사결과는 학교 체육의 실종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아침에 등교해 밤 10시까지 공부하고, 하교 뒤엔 학원과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며 일주일 내내 책상에 앉아 살아야 하는 우리 학생들에게 튼실한 체력을 바라는 것이 과욕입니다.

얼마전 체육계 수장으로 선출된 김정길 대한체육회장은 체육 관련 정부기구를 확충하고 학교체육을 활성화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좋은 생각인 만큼 선거용 공언(空言)이 전락하지 않기를 기대해봅니다. ‘지성과 정신뿐만 아니라 인간의 육체도 존엄성을 지니고 있다’는 올림픽 정신이 떠오릅니다. 몸도 정신과 함께 단련돼야 합니다.

김경철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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