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경제보좌관실이 최근 노무현 대통령에게 ‘투기성 외국자본 유입 영향과 대응 방안’ 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외환위기 이후 느슨해진 법적 규제를 틈타 국내에 몰려온 외국계 자본들이 투기적 행태로 막대한 잇속을 챙기며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비판이 비등하자 실상을 제대로 따져보고 적절한 대책을 마련할 때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 내용은 그동안 업계와 학계, 연구기관에서 지적한 외국자본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재차 정리한 것이어서 크게 새로운 부분은 없으나 최근 소버린이나 헤르메스 등 석연찮은 투자행태와 관련한 지적은 음미할 만하다. "외국자본이 국내기업을 인수하면서 무리한 감원과 핵심자산 매각, 고액배당, 유상감자 등을 실시해 투자대상 기업의 성장성을 저해하고 경영간섭과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경영 안정성도 위협했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이 같은 인식에도 불구하고 보고서는 "(외국자본이) 금융 및 기업구조 조정을 신속히 추진해 시장감시 기능과 주주중시 풍토가 확립되고 대외신인도가 회복된 만큼 투기성 외국자본의 부작용을 이유로 M&A 등에 대한 규제를 추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신 외국자본의 유입 단계에서 적격성 심사를 대폭 강화해 투기목적의 펀드를 최대한 차단하고 배당 및 유상감자 규정 정비, 불공정거래에 관한 증권거래법의 역외적용 등으로 대처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국내 사모펀드 활성화, 연기금 주식투자 확대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이번 보고서에 문제의 핵심과 대책이 두루 망라된 만큼 남은 것은 외국의 선례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라 가능한 것부터 서둘러 법제화하는 것이다. 국민정서와 어긋난 외국계 자본의 투자행태에 대한 비판이 나올 때마다 외국 언론들은 상투적으로 ‘국수주의’ 잣대를 들이민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한국에 엄격한 시장규율이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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