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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실에서] 북핵 평화적 해결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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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실에서] 북핵 평화적 해결의 딜레마

입력
2005.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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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김일성은 마오쩌둥에게 대표단을 보냈다. 김일성은 그들 편에 보낸 친서에서 "우리 두 나라는 전쟁의 짐을 나누어 지고 있으니 핵 비밀도 공유해야 합니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마오쩌둥은 "작은 나라에게 핵무기는 불필요하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이제 북한은 그 비밀을 확보했다.

독도 문제가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이슈가 되고 있는 와중이지만,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이 평양을 방문한 왕자루이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의 면담에서 핵무기 보유를 확인했다는 일본 교도통%B신의 보도가 유달리 눈길을 끌었다. 2월10일 북한 외무성이 핵 보유를 선언한 이래 북한의 벼랑 끝 전략은 꽤 여유롭게 보인다. 미국을 비롯한 다른 6자회담 당사국들이 공을 넘겨받고 이를 처리하는 데 난감해 하고 있는 형국과는 대조적이다.

"북한의 핵무장은 용납될 수 없다. 그러나 북핵 문제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이것은 북핵 문제에 대한 한국정부의 입장이다. 또 국민의 간절한 염원이기도 하다.

이런 논지로 6자회담을 지지하는 사설을 여러 번 내보내면서 자주 떠올렸던 생각은 북핵 문제 해결의 두 가지 원칙, 즉 북핵 불용과 평화적 해결의 모순 가능성이다. 평화적인 방법으로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을 때 벌어질 위기상황은 북한의 핵 보유 선언 이후 더욱 무게를 더해 간다.

중국 공산당원을 교육하는 당교(黨校)에 장리엔꾸이(張璉)라는 교수가 있다. 작년 10월 베이징에서 동북아 안보군사문제를 주제로 한 국제세미나가 열렸는데, 여기에 발표자로 나온 장 교수는 ‘6자회담 요절론’을 들이대며 북핵 문제의 절박성과 위험성을 주장하여 참가자들을 놀라게 했다.

장 교수는 세 가지 문제를 지적했다. 즉 북한의 핵보유 의지, 미국의 북핵 불용 관철의지, 그리고 6자회담 실패 후 중국이 직면할 도전이 바로 그것이다. 장 교수는 먼저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북한 사회의 결속과 지도자의 권위, 미국에 대한 억지력 및 한국 일본 등 주변국과의 관계를 고려해서 결정된 것이므로 협상에서 버릴 수 있는 카드가 아니라고 봤다. 6자회담은 북한이 시간을 벌기 위해 참가하는 수단일 뿐이라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북한을 불한당 국가로 보고 핵무기 보유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6자회담은 한 차례 더 열릴지 모르지만 성공할 확률은 희박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장 교수는 "북한이 핵을 보유한다면 그 결과는 상상하기 어렵다"며 1년 안에 해결이 안되면 안보리 제재가 논의되고 무력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참가자들이 벌떼 같이 일어나 "안보리의 대북 제재에 중국이 참여할 수 있나"라고 반박했다. 장 교수는 "만약 중국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국제의무를 다하지 못하여 고립될 것이고, 참여하면 북한을 곤경으로 몰아넣을 것이다. 이런 딜레마를 피하고 경고하기 위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6자회담이 실패할 경우 장 교수는 미국이 미사일로 북한 군사시설에 대한 제한적 타격을 가할 가능성과 함께 북한을 포위하여 정변을 획책하고 북한에 친미 정권을 세울 가능성을 제시했다. 서방측에서는 많이 나오는 시나리오지만 중국 학자의 주장이라서 관심이 더욱 높았다. 중국인인 그가 한국의 대북 강경론자나 미국이 듣기 좋으라고 한 소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6자회담이 실패했을 때 중국에게 닥쳐올 도전을 분석 평가한 것이다.

우리 국민은 북핵 문제의 위험성에 대한 내성이 상당히 강해졌다. 북한이 핵보유를 공식화한 후 여론은 이를 안보상 위협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지 않다. 반면 갤럽이 최근 미국인들에게 "가장 위협적인 적이 누구냐"라는 설문으로 조사한 결과 북한을 지목한 사람이 22%(이라크와 공동 1위)로 2001년의 2%보다 11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이건 위험신호다.

북한이 핵을 보유한 채 불안정한 평화를 유지하건, 군사충돌이 생기건 최대의 피해자는 한국이 될 것이다. 북핵 불용과 평화적 해결이 모순되지 않게 정부와 국민의 역량이 집중되고 있는 것일까. 6자회담이 요절하면 안된다.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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