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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Issue/ 선진국 교육 경쟁력 강화 고민-美·日·佛 "고교 교육 이대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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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Issue/ 선진국 교육 경쟁력 강화 고민-美·日·佛 "고교 교육 이대론 안된다"

입력
2005.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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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딩들, 공부 좀 더 시킬 수 없을까?" 미국과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에서 고교 교육개혁 바람이 불고 있다. 이들이 추구하는 목표는 한 가지다. 무한경쟁시대에서 승리할 인재를 양성해 국가경쟁력을 더욱더 굳건히 하겠다는 것이다.

고급 노동력을 양성하기 위해 대학 교육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혔고, 결국은 고교 때부터 학력을 다질 수 밖에 없다는 게 결론이다.

따라서 이들 국가의 개혁 코드는 경쟁주의의 강화다. 우리나라 학부모들이 보면, 자유롭고 창의적인 것으로만 느껴지던 이들 국가의 교실 환경도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국가의 교육개혁은 한결같이 극심한 내부반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에선 고교생 학력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새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야당과 주정부, 심지어 빌 게이츠와 같은 유명 기업인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낙오자 구제 등 평준화에 초점을 맞춰 시행 4년째를 맞은 교육개혁법이 도리어 고교생들의 학력을 저하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프랑수아 피용 교육장관을 전면에 내세워 고등학생들을 타깃으로 바칼로레아(대학입학자격시험)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 학생들이 거리로 나와 "피용을 개혁하자"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일본은 초·중 학생들을 중심으로 추진하던 ‘여유 있는 교육’을 포기하고 ‘학력중시 교육’으로 회귀하고 있다. 뒤늦게 서구식 교육방식을 받아들였다가 다시 옛 방식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지난해 12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청소년 학업성취도 조사결과는 이 같은 U턴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 미국/ 공부 못하는 학교는 구조조정

미국에선 고교생들의 학력저하 문제가 정치쟁점화하고 있다. 특히 시행 4년차를 맞은 부시 정부의 교육개혁법이 2007년 의회 재승인을 앞두고 도마 위에 올라 있다. 야당과 주정부는 이 법이 효과가 없었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연방정부가 자치단체와 일선학교에 대해 읽기와 수학 두 과목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도록 당근과 채찍을 행사했지만, 결과는 ‘하향평준화’를 가져왔을 뿐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50개 주를 대표하는 전미주지사협회(NGA)는 지난달 22일 전체회의를 열고 고등학생 10명 중 4명은 대학이나 기업이 원하는 지식과 기술을 전혀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부시 행정부를 성토했다. 우선 법이 저학년, 저학력 학생 중심의 개혁에 치중해 전체 고등학생의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고교에서도 대학처럼 정기적인 시험제도를 도입해 엄격하게 졸업관리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이 2002년 1월부터 공교육개혁을 명분으로 시행한 법의 슬로건은 ‘뒤처지는 학생은 없다’(No Child Left Behind·NCLB)이다. 읽기를 능숙하게 하는 학생이 32%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에 충격을 받고 법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 학교에 대한 연방정부의 엄격한 학교책임주의가 오히려 저학년의 학력을 떨어뜨린다는 반발이 일고 있다.

총 50개 주의회 의원 7,313명으로 구성된 전미주의회협의회(NCSL)는 지난달 23일 전체회의를 열고 "교사들은 각 주(州) 교육부가 획일적으로 정한 ‘연도별 적정 수준(AYP)’을 충족시키기 위해 힘겨워 하고 있다"며 "일단 AYP만 통과하면 지친 교사들은 더 이상의 질 높은 교육을 시킬 의지를 잃게 된다"며 즉각적인 법개정을 촉구했다.

이 법에 따르면 9,100개에 이르는 공립학교들은 3~8년 초·중 학생들을 대상으로 매년 읽기와 수학 2과목에 대해 시험을 치러야 하며 학교 평균 성적이 2년 이상 각 주가 정한 AYP에 미치지 못하면 강력한 구조조정을 당해야 한다.

고성호기자

■ 프랑스/‘벼락치기’ 안 통하게 연중시험

수천명의 프랑스 고교생들이 1일에도 리옹을 비롯한 대도시의 거리에 나섰다. 시위대엔 교사들의 모습도 보인다. "고교생에게 자유를!" 학생들의 손에는 이런 구호를 담은 플래카드가 들려 있다.

고교생들의 학력을 높이기 위해 프랑스 대학입학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Baccalaureat)를 개편하는 교육개혁법안이 수개월째 프랑스를 뒤흔들고 있다. 이번에 마련된 대학입시개정안은 2007년부터는 바칼로레아%6의 시험과목을 현행 12개에서 5~6개로 줄이는 대신 연1회 평가에서 연중평가체제로 바꾼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바칼로레아는 우리나라의 중·고등학교에 해당하는 리세(국립중등학교), 콜레주(사립중등학교)의 후기과정 3학년 때 1회만 치렀지만, 앞으로는 총점 중 20%는 연중 실시하는 평가 점수로 대체하기로 했다. 법안은 이 밖에도 외국어 교육강화와 의무적 보충수업 실시 등도 담고 있다.

현행 교육정책 이념이 경쟁주의를 가로막고 있어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바칼로레아를 통과한 고교 졸업생 중 75%가 읽기, 쓰기, 수학을 완벽히 소화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명분은 다양하다. 우선 일각에선 새 법안이 부유한 가정의 학생들에게만 유리할 뿐 가난한 가정의 학생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아랍계 이민자 등 저소득 계층 학생들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들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오게 된다며 또 다른 인종차별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프랑수아 피용 교육장관은 "한번의 시험으로 끝내는 현행 바칼로레아 체제는 벼락치기만을 조장할 뿐 평소 깊이 있는 공부를 시킬 수는 없다"고 밝혔다. 피용 장관은 오히려 5~6번으로 나눠 시험을 보기 때문에 고등학생들이 공부를 유도할 수 있어 60%밖에 못 미치고 있는 합격률을 80%까지 끌어 올릴 수 있다며 호언장담하고 있다.

동그란기자 gran@hk.co.kr

■ 일본/ 학력고사 40년만에 부활검토

일본에선 경쟁력 강화를 코드로 한 다양한 형태의 고교들이 등장하고 있다. 얼마 전 끝난 일본의 명문 중학교 입시에서는 기존의 사립보다, 공립 중고 일관교(一貫校)가 엄청난 인기를 끌며 주목 받았다. 명문 사립대 재단이 운영하는 학교는 일단 합격하면 대학까지의 진학이 어느 정도 보장되지만 수업료가 비싸다. 이에 대항해 광역지자체들이 중F학교와 고교 과정 6년을 통합 교육과정으로 편성해 교육개혁을 실험하고 있는 중고 일관교가 새 명문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일관교 2개교를 첫 개교한 도쿄도(東京都)는 이미 과거 일본 최고의 명문고였던 도립 히비야(日比谷)고를 추첨제에서 입시제로 전환하고 명문 부활을 꾀해왔다.

여기에다 도요타 등 일본 굴지의 기업들이 공동 출자해 세계 최고의 엘리트고교를 지향하는 완전 기숙사식 고교를 2006년 개교할 예정이다. 다양한 경력의 민간인 교장을 공채해 학교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유행이 된지도 오래다. 기업에 공립학교의 운영을 허용하자는 논의도 진행 중이다. 2002년 초·중학교의 주5일제 수업과 교과과정 감축 등을 골자로 완전 실시된 ‘여유있는 교육’ 노선 자체가 벌써 "학력저하의 주범"으로 비난받아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것도 배경이다.

지난해 국제학력평가에서 일본 학생들의 순위 하락에 충격을 받은 문부과학성은 전국 일제 학력평가 시험의 부활마저 검토하고 있다. 또한 1966년 폐지된 전국학력고사 부활, 주 5일제 수업 폐지 등도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일본정부가 공 들여 만든 교육제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상진기자 o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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