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답게 연극배우 출신 길해연(39)이, 그리고는 지난 달 25일 ‘웃찾사’(SBS) 녹화 이후 걸린 지독한 감기 때문에 병원을 두 군데나 들렀다는 김형자(54)가 좀 부은 얼굴을 손으로 톡톡 두드리며 들어섰다. 다음으로 졸린 눈을 하고 "아직 잠이 안 깨네" 를 연발하면서도 빨간 투피스로 잔뜩 멋을 낸 여운계(64)가, 마지막으로 "차 세우기가 왜 이리 힘들어. 극장 주변을 몇 바퀴나 돌았는지 모르겠네" 라며 김수미(55)가 들어섰다.
겨우 모이긴 했으나,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 틈이 전혀 없다. 수다 떠느라 정신이 없다. "머리 어디서 하고 왔어?" "어머머머, 너무 예쁘게 입고 왔네. 제니퍼 존스 같아." 네 명의 여배우는 영화 ‘마파도’(10일 개봉)의 주인공들.
지난 달 28일 오후 열린 시사회 직전에 만났다. 아쉽게도 "한나라당 정기 회의가 있는 날"이라는 정중한 설명과 함께 김을동만 빠졌다.
"계모임 여행 가는 기분으로 찍었지. 전남 영광에서 찍었는데 얼~마나 맛있는 게 많은지. 여름에는 복숭아에 포도에…. 또 영광 굴비가 그렇게 맛있더라구. 또 그 떡이 뭐더라, 전라도에만 있다는…. ‘모생이떡’(모시떡)이라고 부르던데, 정말 별미야. 무지하게 사 먹었네."(김형자) "형자 언니가 기분파시거든요. 오늘 조개구이 내가 쏜다, 이런 식으로 매일 맛있는 거 먹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죠."(길해연)
놀러 가는 기분이었다지만, 실은 만만치 않았다. 포스터를 쳐다보며 모두들 "마파도 그거 아주 ‘빡센 섬’이에요" 라며 고개를 절레 절레 내 젓는다. 가장 힘든 건 스케줄 맞추기였다. 영화가 처음이거나 너무 오랜만인 중년 배우들로서는 바뀐 촬영장 풍경에 적응하기도 힘들었다. "어이구. 처음에는 한달 반쯤이면 끝날 줄 알았네. 옛날에는 좀 잘못해도 그냥 넘어가곤 했는데, 찍고 또 찍고 다시 찍고. 어이구. 어이구."(여운계)
7월 말 시작한 촬영은 무려 네 달 가까이 계속됐다. 더위에 시달리고, 모기에 뜯기며 고생이 말이 아니었다. 촬영이 길어지면서 여운계는 드라마 ‘오! 필승 봉순영’(KBS)과 일정이 겹쳐, 서울과 영광을 수도 없이 왕복해야 했다. "형자가 고생 했지. 운전하느라고. 번갈아 운전하자고 약속해 놓고도, 내가 궁둥이를 의자에 대기만 하면 곯아 떨어지니 뭐 어떻게 해. 4시간 넘게 형자 혼자 운전하곤 했지."(여운계) 5명의 할머니가 낫을 들고 있는 ‘마파도’의 엽기적인 포스터는 한 가지 비밀을 안고 있다. 포스터 촬영 당시 다른 스케줄과 겹친 김형자가 참석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김형자의 얼굴은 합성해야 했다.
시사회도 난생 처음이다. 인터뷰도 매우 낯설다고 한다. "요새는 영화 개봉하기 전에 할 일이 왜 이렇게 많아. 촬영장 공개한다고 하면 기자들이 수 없이 몰려 오고, 인터뷰도 해야 하고,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말이야."(김형자) ‘오! 해피 데이’ ‘슈퍼 스타 감사용’ 등 최근 영화 출연이 잦았던 터라 그나마 익숙한 편인 김수미도 "그래도, 이 영화가 제일 지독해. 아, 정말 지독했어. 일정이 말도 못하게 빡빡해."
‘마파도’는 160억원을 들고 잠적한 여인을 찾아 ‘마파도’로 잠입한 형사와 건달이, 섬을 지키고 있는 할머니 다섯 명과 만나며 벌어지는 좌충우돌을 그린 영화다. 길해연을 제외한 중년배우 4명은 워낙 친한 사이. 함께 출연한 계기를 물었더니 "그냥 묻어 가자는 거지 " 라고 입을 모으고는 ‘깔깔깔’ 웃는다. "사실, 내가 꼬셨어. 김을동 언니가 제일 망설였는데, 놀러 가는 셈 치고 하자고 했더니 마음을 돌리더라" 고 김형자가 말한다. "그래도 지나고 나니 그립네. 재미 있게 찍었잖아."(김수미).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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