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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도시법 통과/ 법사위場 농성에 직권상정‘강수’…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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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도시법 통과/ 법사위場 농성에 직권상정‘강수’…끝

입력
2005.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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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2일 난전과 우여곡절 끝에 행정도시 특별법을 밤 늦게 가까스로 통과시켰다. 한나라당 비주류와 수도권 의원들이 법사위를 점거하며 결사 저지했지만, 열린우리당은 직권상정으로 법안을 본회의에 곧바로 상정, 표결로 처리했다. 표결 후 한나라당 의원들이 의장 명패, 물컵, 책자 등을 던지며 거세게 항의하는 등 본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 본회의 행정도시 특별법 직권상정

우리당은 여야 합의를 근거로 의장의 직권상정으로 밀어 붙였다. 김덕규 국회의장 직무대리는 이날 한나라당 의원들의 점거농성으로 전체회의 소집이 미뤄지자 법사위에 오후 9시30분까지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안'을 처리할 것을 지시했다.

김 부의장은 한나라당 반대파들의 법사위 원천봉쇄가 풀리지 않자 결국 밤 10시47분께 특별법을 직권 상정했다. 김한길 의원이 찬성 제안설명을 하자 한나라당 의석에선 심재철 의원이 종이책자를 의장석으로 던지고, 김문수 이재오 의원 등이 "날치기"라고 반발, 본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반대 제안에 나선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은 "당을 팔아 먹은 사람들 가만 안 두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부의장은 이에 "안상수 의원에게 반대 제안 기회를 주었지만 논의가 되지 않아 투표를 하겠다"고 선언, 표결에 들어갔다. 특별법에 찬성하는 한나라당 의원 20여명은 투표에 참석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도 재석버튼을 누른 뒤 기권했고, 김덕룡 원내대표는 찬성표를 던졌다. 표결 후 김문수 의원이 의장 명패를 김 부의장에게 던지는 등 한나라당 의원들은 물컵 책자 등을 닥치는 대로 던지며 반발했다. 상황이 격해지자 우리당 의원들은 김부겸 원내수석부대표의 지시로 의장석을 둘러싸며 보호작전을 폈다.

표결이 끝난 뒤 한나라당 의원 50여명은 본회의장에 남아 '수도이전 반대'를 외치며 "법적 대응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저지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당 의원들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직권상정이 뻔히 예상됐는데도 뒤늦게 반발하는 것은 지역구민들을 위한 제스처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이에 앞서 우리당 정세균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김 의장대리를 만나 특별법안을 직권상정을 요청했다. 이날 표결에서 우리당은 과반수를 채우기 위해 이해찬 국무총리와 김근태 보건복지장관 등 국무위원들의 참석을 독려하는 등 총 동원령을 내렸다.

◆ 중심 못 잡은 한나라당

한나라당은 오전부터 혼선에 혼선을 거듭했다. 수도이전 반대파들이 '의원직 사퇴'라는 배수진을 치고 특별법 처리 연기를 주장하는 바람에 지도부의 설득은 무위로 돌아갔다.

박 대표와 김 원내대표는 결국 오후 2시께 의총을 정회한 뒤 긴급 확대 원내대책회의를 열었다. 지도부는 회의에서 "이미 여당과 합의한 만큼 당론 변경을 위한 재의결절차는 없다"고 밝힌 뒤 "의원들이 본인 의사에 따라 표결하라"는 권고적 당론을 채택했다.

대신 지도부는 "국회의장의 직권 상정을 반대하며, 특별법이 처리되기 직전까지 여야 원내대표 회담을 열어 4월 국회 처리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반대파들을 달래기 위한 고육지책이지만 당을 통솔하지 못하는 리더십 부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대목이었다.

오전과 오후에 걸쳐 5시간여 동안 열린 의총은 시종 격한 분위기였다. 박세일 정책위의장은 "올바른 선택을 하지 않는다면 의원직을 사퇴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상수 박찬숙 의원도 '의원직 사퇴 불사'라는 배수진을 쳤다.

◆ 법사위 점거와 대치

한나라당 원내대표실에서 농성을 벌여온 이재오 김문수 박계동 배일도 의원은 이날 오전 법사위 회의장을 점거했다. 이들은 회의장 출입문에 못을 박고, 책상과 의자 등 집기로 문을 막는 등 외부와의 출입을 원천 봉쇄했다. 이들은 그러나 이날 밤 10시35분께 여당의 직권상정이 분명해지자 농성을 풀고, 본회의장으로 자리를 옮겨 표결을 저지했지만, 대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양정대기자 torch@hk.co.kr

■ 한나라 ‘내홍’ 후폭풍 예고/지도부에 대한 책임공방 불가피

2일 행정도시 특별법의 국회 통과는 한나라당의 격렬한 내홍을 예고한다.

이날 법안 표결에 대해 당 내부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여당과의 4월 처리 연기 협상을 성사시키지 못한 당 지도부에 대한 책임 공방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회 점거 농성과 의원직 사퇴 천명까지 하면서 법안 처리에 강력 반대해온 수도권 비주류 의원들은 노골적인 박 대표 흔들기에 나설 공산이 크다. 표결 직후 안상수 의원은 당 지도부를 향해 "당 팔아 먹은 X들, 심판하겠다"고 삿대질을 했다.

박 대표도 차제에 흔들리는 리더십과 당 장악력을 회복하기 위해 강력 대응하겠다는 심산이어서 당내 주류와 비주류 간 전면전을 피할 수 없는 형국이다. 박 대표측은 지난 달 제천 연찬회 이후 비1주류를 제압하기 위해 임시 전당대회 개최 등 충격 카드를 준비해 왔다.

이날 법안 통과에는 박 대표 측 뿐 아니라 김덕룡 원내 대표도 가세한 만큼 비주류에 대한 양측의 공동전선도 점쳐진다. 김 원내 대표는 이날 여야 원내대표 회담을 주도하면서도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를 통해 의원들에게 법안 처리에 협조하도록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각한 대목은 분란이 이번 사태에 관한 책임소재를 따지는 선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이미 행정도시를 둘러싼 박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의 시각과 계산이 확연히 다르고, 저마다 그냥 넘길 수 없는 절실한 입장이어서 상호 대리전이 아닌 진검 승부가 벌어질 개연성이 농후하다. 이 경우 당이 급속한 원심력에 휩싸여 내분에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처음엔 수도 이전 문제로 찬반 의견이 엇갈렸지만, 갈수록 대권 싸움으로 번지는 느낌"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또 박세일 정책위의장이 당직뿐 아니라 의원직 사퇴까지 선언한 것도 사태를 악화시키는 돌발 변수가 될 수 있다.

당 일각엔 반대파 의원들의 반발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사실 행정도시 건설은 과천을 좀 더 먼 거리에 옮긴 것에 불과하다"며 "내치와 외치를 서울에 모두 둔 만큼 수도권 의원들의 반발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지만, 당 전반의 분위기는 그렇게 여유롭지 않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 향후 전망/ 또 헌재로 가나

행정도시 특별법이 2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이 본 궤도에 오르게 됐다. 하지만 일부 시민단체가 또다시 위헌 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여 헌법재판소가 행정도시 건설의 마지막 관문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행정도시 건설의 법적 요건이 완비된 만큼 조속히 사업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토지조사사업 등을 벌여 올 연말부터 행정도시 예정지인 연기·공주지역 2,200만평에 대한 토지 매입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어 내년부터는 건설교통부 산하에 행정도시 건설청이 설치해 행정도시 사업 계획 전반을 담당토록 할 계획이다.

특별법은 행정도시의 착공시기는 못 박지 않았다. 정부는 환경영향평가, 도시 설계 등 사업 진행 상황에 따라 공사에 착공한다는 방침이지만 2007년 대선과 맞물려 착공시점이 정치쟁점화할 소지도 배제할 수 없다.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012년부터 부처 이전이 시작돼 2030년께 마무리된다. 서울에는 청와대와 함께 외교 국방 법무 등 6개 부처가 남고, 연기·공주에는 총리실을 비롯해 재경 산자 교육 등 12부 4처 2청이 들어선다. 사실상 ‘대통령 정부’와 ‘총리 정부’가 나눠지게 되는 것이다. 특별법은 정부 부담 비용 상한선을 8조 5,000억원으로 못박아 사업비 증가 논란을 일단 차단했다.

그러나 논란이 완전히 사그라 들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통일의 관점에서 본 행정도시의 효율성 문제가 재론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부처가 흩어짐에 따라 행정효율이 저하될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부처 이전 범위에 대한 위헌성 여부가 시민단체에 의해 헌재 심판대에 오를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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