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되는 사람은 따로 있다든가, 부정을 해야만 부자가 될 수 있다든가, 한번 부자는 영원한 부자라고 다들 생각합니다. 제가 보기엔 모두 틀린 말입니다." 서울여대 한동철(47) 교수는 국내에서 드물게 부자를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경영학자다. 부자란 누구인가 하는 개념 규정에서 시작해 그들이 어떤 태도와 생활습관을 가졌는지 따지는 행위 분석, 부자 되는 ‘비법’까지 꿰어 20년을 넘게 미국과 한국서 연구한 그가 국내 처음으로 ‘부자도 모르는 부자학개론’(씨앗을뿌리는사람 발행)이라는 부자학 연구서를 냈다.
10억이 뭔지, 그 10억 모으겠다고 목숨까지 거는 형편이니 대한민국 전체가 부자 되는 데 혈안이라고 말해도 틀리지 않다. 하지만 한 교수는 우리 사회에는 이런 저급한 부자이야기만 만연했을 뿐 "실제로 부자에 대해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한 교수가 통념을 기준으로 분석한 한국 부자의 실상은 이렇다. 현금 10억 모으기 열풍을 잣대로 삼는다면 한국에서 부자는 32만 명 정도다. 보유 현찰 1억 정도(포트폴리오 경향을 고려할 때 대략 전체 재산 5억원)로 기준을 좀 낮추면 대략 80만~90만 명의 부자가 있다. 그래 봐야 전체 인구의 5%에 못 미친다. 그래서 그는 "우리나라에는 부자가 별로 없다"고 말한다.
그는 "오래 전부터 부자학을 연구해온 미국에서는 부자가 특정 성격이나 학력수준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부정으로 재물을 얻어야 부자가 될 수 있다든지 하는 부정적인 관념에서도 벗어나야 한다고 한다. 그는 부자의 생활습관으로 ▦인적 네트워크를 잘 관리한다 ▦TV를 보지 않는다 ▦신용카드를 쓰기 전에 세 번은 참는다는 점을 꼽았다. 국내외 수천 명의 부자들 성공 사례를 분석해 찾아낸 부자 되는 비결은 딱 6가지다. 장사(자영업) 절약 정보 출생 결혼 행운. 그 중 가장 확실하게 부자 되는 방법은 장사다. 부자의 60%가 모두 장사로 성공했고, 30%가 절약하는 습관을 지녔다.
하지만 한 교수가 정의하는 부자의 기준은 10억이니, 5억이니 하는 재력의 크기가 전부는 아니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현재 할 수 있는 사람"을 부자로 본다. 돈은 필요조건이다. 물론 그 원하는 일은 자신의 이기적인 욕구뿐 아니라 사회가 요구하는 외적인 욕구, 이를테면 헌금이나 봉사를 필수로 포함한다. 그는 ‘부자’의 반대말도 ‘가난한 사람’이 아니라 ‘일반인’이라 하고, 그 일반인을 "자신이 원하는 일을 미래에 할 수 있는 사람"으로 규정한다. 일반인이 부자마인드를 가지고 열심히 살면 언젠가는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의미다. 이 책은 무조건 돈 많이 번다고 부자 되는 건 아니라는 충고와 함께 누구든 부자가 될 수 있고 대한민국은 부자 때문에 발전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는데 주력한다.
그는 한국사회를 "1960년대와 70년대는 ‘산업화 사회’, 80, 90년대는 ‘민주화 사회’, 이어 2000년대는 ‘부유한 사회’"로 규정한 뒤, 산업화와 민주화로 기반을 다진 한국사회는 이제 "지식을 무기 삼아 국부를 창출하고 성장을 일궈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런 사회에서는 "부자 되려는 마음과 부자로 살려는 마음이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확신한다. 그래서 한국사회에 미래가 있다고 본다. "성취욕구가 강한 사람들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으며, 그 사람들의 대부분이 부자"인데 세계에서 가장 단기간에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달성한 한국인에게는 이런 성취 욕구가 넘친다고 믿기 때문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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