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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 외식(?) 금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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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 외식(?) 금지령

입력
2005.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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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관은 태연히 외식 금지령이라는 것을 만들어놓고 세상 최고의 도덕가인 척 하고 있었다. 자고로 밥이란 집에서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랫사람이 찾아와 법제관에게 여론을 전했다.

"나으리, 사람이 가끔은 밖에서 식사를 해야 할 때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밖에서 식사를 할 걸 참았다가 집에 와서 먹으면 되지."

"나으리, 결혼한 사람들은 집에 밥을 해 줄 사람이 있지만, 혈기방장한 젊은이들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고 난리입니다."

"왜 못 참아? 그런 불순한 생각이 들 때면 운동을 하고 기도를 하라고 해."

"식당 주인과 종업원들, 식당 주변의 숙소들이 굶어 죽겠다고 난리입니다."

"내가 알 바 아니지.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다 굶어 죽어도 내 이름은 역사에 남을 테니까."

"외식은 인류의 역사가 생긴 이래로 가장 오래된 관습 중의 하나요, 식당 종업원이란 직업은 가장 오래된 직업 중의 하나입니다."

"그렇게까지 대단한 관습과 직업을 말 하나로 근절한다면 그것도 대단한 것이겠지."

"북구의 나라들은 아예 식당을 한 곳에 모아놓고 관청에서 관리를 한다고 합니다."

"어허… 말세로다. 그자들 제정신이 아니구만."

"젊은 나이에 홀애비가 된 자들을 어떻게 하오리까?"

"집에 와서 라면 끓여 먹으라고 해."

"어떻게 매일 라면만 먹으라는 말입니까?"

"왜 못 먹어? 매일 햄버거만 먹는 사람도 있어. 난 매일 죽만 먹고 살아."

아랫사람은 물러났고, 법제관은 집으로 돌아왔다. 법제관은 저녁 식사로 죽을 먹었다. 그리고 틀니를 꺼내 닦았다.

‘나는 죽 밖에 못 먹는데… 갈비를 뜯고 통닭을 먹겠다고? 도저히 그럴 수는 없지.’

여기서 잠깐 생각을 돌려보자. 외식 금지령? 실은 모든 법이 다 이렇지 않겠는가.

명로진·탤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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