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가 물러간 요즘은 봄이 벌써 우리 가까이에 와있는 듯하다. 이번 주말인 5일은 개구리도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 올 봄에는 자연 속으로 나가 흙내음을 맡으며 텃발을 가꿔보자. 서울과 수도권의 주말농장에서는 배추 쑥갓 상추 시금치 감자를 내 손으로 가꾸고 수확해 식탁에 올리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주말 텃밭을 가꿀 수 있는 농장은 서울 시내에만 30여개소가 있고, 경기도는 지난해 281개소에서 300개로 늘어났다.
◆ 이번 주부터 신청 받아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주부 이모(42)씨는 3년째 주말농장을 가꾸는 ‘마니아’.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는 부쩍 말수가 줄고 부모를 멀리하는 듯하던 아이들이 토요일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오순도순 작물을 키우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이씨는 "함께 땀 흘려 재배한 상추를 집으로 가져와 삼겹살 파티를 하는 것이 토요일 가족모임으로 굳어졌다" 며 "아이들과의 관계가 한층 살가와져 올해도 주말농장을 신청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강서구는 2일부터 구민들의 신청을 받아 23일 500명을 추첨, 각 3평의 텃밭을 분양한다. 1년 사용료는 2만원이다. 서대문구는 7일부터 주말농장 신청 접수를 받고 5평 기준으로 5만원의 사용료를 받는다. 항동 수목원 예정부지 인근에 새롭게 농장을 만든 구로구는 7일부터 선착순으로 접수를 마감하는데 4평 1구좌의 1년 사용료는 2만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경기도 지역 주말농장의 분양가격도 평당 1만~1만5,000원선으로 저렴하다. 가족당 5~10평 단위로 분양하며 농장 주인이 밭을 갈아주고 재배법 등을 가르쳐줘 초보자들도 큰 어려움 없이 상추 고추 무 등을 직접 길러 먹을 수 있다. 4월 중순을 전후해 분양이 대체로 마무리되지만 서울과 가까운 곳은 일찍 마감되므로 서두르는 것이 좋다.
◆ 1년에 5만~7만원이면 OK
농장마다 계절에 걸맞은 작물을 추천해주고 모종을 판매하기 때문에 낭패를 겪는 경우는 없지만 농사를 위한 기본상식은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작물을 잘 키우기 위해서는 석회비료와 퇴비를 섞어 밭에 뿌린 뒤 땅을 고르고 이랑을 만들어 토질을 좋게 다진 후 씨를 뿌려야 한다. 서울시는 30개 농장에 전문 지도사를 내보내 재배기술을 가르쳐주기도 한다.
쑥갓과 시금치 등은 씨 뿌린 뒤 한 달이면 수확할 수 있어 기르기가 손쉽다. 쪽파 상추 당근 등은 생육기간이 3개월을 넘어 보다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싹트기에 알맞은 온도가 최저 10~15도인 고추 토마토 오이는 봄 파종에 적합한 작물이다.
서울시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4~6평 정도의 텃밭을 1년간 빌리는 데 드는 비용은 거름을 포함해 대략 5만~7만원 정도"라며 "주말농장으로 1년간 먹을 채소류를 싼 값에 마련하고 가족의 사랑도 키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