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증시가 오랜 동면에서 깨어나 5년 만에 종합지수 1,000포인트를 돌파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주변에서 주식으로 돈 벌었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증권사들이 너도나도 ‘이번 1,000포인트는 과거와 다르다’고 외치는데, 펀더멘털만 다른 게 아니라 돈 번 사람이 없다는 것도 예전과 달라진 것 같다.
하지만 이 와중에 은근히 미소를 짓는 사람도 있다. 지난해 하반기 적립식 펀드에 가입해 매달 10만~30만원을 넣어온 투자자들이다. 이들은 어렵게 종목을 고르는 노력이나 목돈 없이도 주가 상승의 혜택을 고스란히 누릴 수 있었다.
실제로 최근 6개월 동안 성장형 주식형 펀드는 평균 2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격언처럼 뒤늦게나마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려는 투자자에게 가장 적합한 대안은 적립식 펀드다. 목돈을 한번에 맡기는 일은 전문가들이 말하는 ‘대세 상승’이 어느 정도 확인된 후에 시작해도 늦지 않다. 일단 1,000포인트 안착과 이후 대세 상승이 확인된다면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장기 주식형 펀드 가입이 활발해질 것이다. 그러나 오늘 산 주식을 바로E 다음날 팔 수 있는 직접투자와는 달리, 펀드는 최소 3개월의 환매 수수료 징수기간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대세 상승을 확신하지 못하거나 앞으로 상당 기간 주가가 높은 변동성을 보이며 조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라면 당분간 거치식보다는 적립식으로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는 게 바람직하다.
적립식 펀드는 장기 투자의 관점에서도 1,000포인트 시대에 적합하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이제 16년 동안 갇혀 있던 500~1,000포인트의 장기 박스권을 벗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가 안정 성장기에 접어들면서 주식시장도 장기적으로 낮은 기울기의 상승 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장기 투자’와 ‘가치 투자’가 1,000포인트 시대의 대안으로 떠오른다. 저평가된 우량주를 발굴해 가치 투자를 하는 펀드에 적립식으로 가입한다면, 이 두 가지 투자 원칙을 한번에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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