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부터 증시 상승을 주도했던 소재주가 올해 들어서도 강세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대형주 중심의 소재주 랠리에서 소외됐던 중소형 철강주와 유화주는 연일 52주 신고가를 기록하며 시세를 분출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고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지난해 정점일 것으로 보았던 원자재 수요가 계속 늘고 있어 당분간 주가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2월 한달 동안 유가증권시장(옛 거래소) 철강업종 지수는 26.6% 급등했다. 이 기간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은 8.4%에 그쳤다. 대한투자증권은 "최근 철강업종의 랠리는 우연이 아니라 철강가격 인상과 환율하락, 저평가 이점이 크게 부각됐기 때문"이라며 ‘비중확대’ 의견을 지속한다고 밝혔다. 대투증권 박상규 연구원은 "최근 철강업종의 성장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고 원료 구매난으로 철강회사들의 가격협상력도 높아지고 있어 재평가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투증권은 이에 따라 포스코와 INI스틸의 목표주가를 각각 28만원과 2만1,000원으로 올리고, 동국제강과 고려아연의 목표주가도 각각 2만7,000원과 4만6,000원으로 올렸다. 포스코는 철광석 가격인상이 반영됐으며, INI스틸은 자사주 유상소각과 성장성 확보로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동국제강은 후판가 인상기대감이 지속되고 있고, 고려아연은 아연과 인듐가격의 초강세가 목표가 상향조정의 배경이다.
지난해 하반기 철강주 랠리는 포스코 등 대형주 중심으로 이뤄졌으나, 올해에는 중소형 철강주의 시세가 분출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포스코는 전날에 비해 2.07% 오르는데 그쳤지만, INI스틸과 현대하이스코는 상한가를 기록했고 동국제강도 11.84% 올랐다. 물론 INI스틸과 현대하이스코의 상한가는 11일 주주총회에서 정몽구 회장이 등기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지만, 실적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인식도 작용했다. 동원증권 박병칠 연구원은 "INI스틸과 현대하이스코가 지난해 하반기 소재주 강세에서 소외돼 저평가 종목을 찾는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섰다"고 말했다.
지난해 경기 정점으로 여겨졌던 유화주도 올해까지 기대 이상의 수요로 공급부족이 지속되면서 큰 폭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들의 추천 보고서가 연일 쏟아지면서 외국인 매수세가 몰린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호남석유에 이어 한화석유화학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면서 "한국 증시에 가치주 투자가 보편화하고 있다"면서 "한화석화는 저평가된 가치주일 뿐 아니라 내수 비중이 높아 경기회복에 따른 수혜도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나증권은 올 상반기에 동남아시아 지역 석유화학 업체들의 정기 시설보수 일정이 몰려 있고 이란의 설비 증설이 지연되고 있어 석유화학제품 원료에 대한 공급부족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나증권 박정배 연구원은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이 5월까지 설비 보수에 나설 예정이고 중국의 수요 증가세도 여전하기 때문에 석유화학 기초 원료인 나프타의 분해 마진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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