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랑18세’ ‘백설공주’ ‘풀하우스’ ‘쾌걸춘향’…. 2003년 하반기부터 계속 되고 있는 KBS 2TV 월화 미니시리즈의 핵심전략은 ‘명랑청춘 로맨스’다. 만화나 인터넷 소설, 혹은 고전의 풍부한 상상력과 상황을 빌려다 청춘 남녀 커플이 벌이는 ‘사랑의 심리전’을 경쾌한 웃음으로 그려내는 방식이다.
‘쾌걸춘향’ 후속으로 7일부터 방영되는 ‘열여덟, 스물아홉’(극본 고봉황·김경희, 연출 김원용·함영훈)도 이 같은 월화 미니시리즈 계보에 충실하다. ‘열여덟, 스물아홉’은 인터넷 소설인 ‘당신과 나의 4321일’이 원작. 29세의 결혼 5년차 주부인 혜찬이 바람기 있는 스타 배우인 남편 상영(류수영)과의 이혼을 앞두고 교통사고로 18세 이후의 기억을 잃어버리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코믹 터치로 그린다.
그러나 ‘열여덟, 스물아홉’에도 의외성은 있다. 한지혜 김정화 송혜교로 이어진 월화 미니시리즈의 톡톡 튀고 발랄한 히로인 혜찬 역이 탤런트 박선영에게 돌아간 것. 이태원 술집 여급인 ‘빠다’ 오민주(‘화려한 시절’)와 정숙한 인현왕후(‘장희빈’)를 거쳐 권모술수의 화신인 개똥이(‘왕의 여자’)와 재벌2세를 보좌하는 냉정하고 지적인 비서 노유정(‘오!필승 봉순영’)을 연기했던 그녀다. "정말 전에 했던 역이랑 너무 많이 달라서 고민 돼요. 몸은 스물 아홉 살이지만 정신은 천방지축에 왈가닥인 열 여덟살에서 멈춰버린 혜찬이 기억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유쾌하고 발랄하게 그려야 하거든요." 그래서 그녀는 김현준 KBS 드라마1팀장에게서 "정통에서 벗어난 연기를 하라"는 특별주문까지 받았다. "그래도 너무 가벼워서 날아가는 느낌이 드는 건 싫어서 억지로 웃기려 하지 않고 진지하게 연기하려고 해요. 그런데 며칠 전 저도 모르게 혜찬이 말투로 스태프들에게 ‘야~, 왜 그래’라는 소리가 나오대요. 스태프들은 그런 저보고 ‘쟤 왜 저래’ 그러고…."
극중 혜찬과 마찬가지로 올해 스물 아홉살인 박선영에게도 "듀엣 ‘듀스’에게 열광했던" 여고시절이 있었다. "얼마전 ‘내가 10년 전엔 무엇을 꿈꿨고 지금 무엇을 잃어버렸나’ 생각한 적이 있어요. 이번 드라마가 잃어버린 자기 기억을 찾아가면서 그런 정서를 담아내는 성장 드라마가 됐으면 좋겠어요."
‘왕의 여자’의 혹독한 실패 후에 ‘오!필승 봉순영’을 통해 매력을 뽐내며 재기한 박선영. 숱한 영화, 드라마를 통해 대중문화의 대표적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여고생’ 캐릭터에 대한 그녀의 색다른 도전이 시작됐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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