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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盧대통령, 3·1절 기념사서 "日 배상"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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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盧대통령, 3·1절 기념사서 "日 배상" 거론

입력
2005.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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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청산 성의 보여라" 강력한 메시지

두 나라 관계 발전에는 일본 정부와 국민의 진지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과거의 진실을 규명해서 진심으로 사과하고, 반성하고 그리고 배상할 일이 있으면 배상하고 그 연후에 화해해야 합니다. 그것이 전세계가 하고 있는 과거사 청산의 보편적 방식입니다. 일본의 지성에 다시 한번 호소합니다. 진실한 자기 반성의 토대 위에서 한일간의 감정적 앙금을 걷어내고 상처를 아물게 하는 데 앞장서 주어야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1일 3·1절 기념사에서 강력한 대(對)일본 메시지를 보냈다. 요즘의 핫이슈인 독도 문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으나 일본의 배상 책임을 비롯한 한일 과거사 4단계 해법을 제시했다.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 이후 한국의 국가원수가 ‘배상’ 문제를 거론한 것은 처음이어서 한일 관계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 과거사 문제를 외교적 쟁점으로 삼지 않겠다고 수 차례 공언해온 노 대통령이 이날 '과거사 청산의 보편적 방식'을 전제로 과거사 진실 규명→사과 및 반성→배상→화해 등 단계적 해법을 제시한 것이 주목된다.

청와대 김종민 대변인은 "노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에 대한 보편적 해법을 설명하면서 일본측에 포괄적으로 노력해달라고 주문한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어떤 배상을 하라고 요구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측은 한일협정을 무효화하거나 재협상을 하자는 뜻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청와대측은 국가 차원의 청구권 문제는 어느 정도 매듭지어졌다고 보고 있지만 일제하 강제동원 피해자 개개인의 피해배상 요구에 대해서는 일본측이 성의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청와대측은 당장 외교적 충돌이 확산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수위 조절성 해석을 했으나 내심 한일 관계의 일보 진전을 위해서는 일본측의 아킬레스건을 정면 거론할 필요가 있다는 전략을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노 대통령이 일본과 독일의 과거사 처리를 비교하면서 독일의 행위에 대해 '보상'이란 표현을 쓴 데 비해 일본에 대해서는 굳이 불법 행위를 전제로 하는 '배상'이란 용어를 사용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노 대통령은 또 김영삼·김대중 정부를 거치면서 잦아들어 가던 일본의 ‘사과’ 문제도 본격 거론해 눈길을 끌었다.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이유는 독도 논란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한일수교 40주년으로 '한일 우정의 해'로 정한 금년에 일본측이 독도 영유권 문제를 제기하는 데 대해 상당히 불쾌해 하고 있다. 일본 시마네현 의회의 ‘독도의 날’ 제정 조례 제출과 다카노 도시유키(高野紀元) 주한일본대사의 ‘독도는 일본땅’ 망언 등으로 ‘한일 우정의 해’ 의미가 상당히 퇴색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독도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외교 전략상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그 대신에 ‘배상’을 포함한 ‘과거사 해법’ 카드로 일본측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측은 "독도의 실효적 지배가 손상되거나 상황이 변화된 것이 없기 때문에 독도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 日 배상 가능한가/日서 협상 거부땐 뚜렷한 해결책 없어

노무현 대통령이 1일 일본에 "배상할 일이 있으면 배상하라"고 밝히면서 이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러나 일본의 ‘배상’이 실제로 가능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일본과의 재협상을 통해 배상문제를 다시 거론할 수 있다는 논리는 1965년 타결된 한일 청구권협정의 해석에 근거하고 있다. 당시 협상에서는 징용·징병 피해 등 8개 항목을 다뤘지만 이후 확인된 종군위안부, 일제 공권력에 의한 고문 피해자 등에 대해서는 논의가 없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재협상의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또 지난 1월 협상관련문서 공개에도 불구하고 개인청구권 문제가 양국간에 어떤 식으로 정리됐는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법적 논리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것. 특히 일본 정부가 당시 8억 달러를 제공하면서 자금 지불 명목을 청구권이 아닌 ‘경제협력자금’이라고 밝힌 부분도 개인별 배상이 해결되지 않은 준거로 거론된다.

하지만 정부가 한일 양국간 외교관계 손상과 과거 정부에서 벌어졌던 일에 대한 책임공방을 불사하면서까지 재협상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노 대통령의 발언은 협정이 잘못됐기 때문에 배상을 다시 해야 한다는 의미 보다는 독일식으로 일본도 자발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또 설사 정부가 재협상을 요구하더라도 일본이 거부할 경우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게 현실이다.

결국 노 대통령의 언급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배상 문제는 국내 대책을 중심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정부는 일단 현재 입법과정에 있는 ‘태평양전쟁희생자 지원법’을 통해 희생자 유족들에게 총 1~3조원 안팎을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노 대통령도 이날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힘을 실어줬다.

김창록 건국대 법학과 교수는 "개인별 소송을 통한 청구권문제 해결이 입증과정과 외교문제 때문에 어려운 게 현실인 만큼 양국 정부가 정치적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당장 필요한 부분은 정부가 지원하고 나머지는 한일정부가 총체적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 "한국 국내사정 생각하고 日과 우호도 고려한 발언"

일본 정부는 1일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직설적 반응은 피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順一郞) 총리는 "과거사를 반성하면서 미래 지향적으로 나아가자고 (노 대통령과) 합의했었다"며 "전향적으로 양국의 우호를 생각하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 발언 의도를 묻는 질문에는 "(한국의) 국내 사정을 생각하고 일본과의 우호도 고려해 가면서 발언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정부 대변인인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관방장관도 기자회견에서 "양국이 좀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이해한다"며 "다양한 수준에서 끊임없는 외교 노력을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교도(共同)통신은 "한일 국교정상화 40주년을 맞아 일본의 노력 없이는 관계 발전이 곤란하다는 인식과 불만을 표시한 것"이라며 "종군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자주적 판단을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특별법 제정 또는 한국 정부의 보상기금 설립시 자금 출연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편에선 독도 문제로 촉발된 한국 내 대일 감정 악화에 적잖이 긴장하는 모습도 보인다. 일본 언론들은 이날 ‘북조선 인권법안’ 설명을 위해 방한하려던 자민당 의원단이 계획을 취소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1일 일본은 침략 전쟁으로 아시아 각국에 큰 피해를 준 역사를 마땅히 되돌아 봐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노 대통령 발언에 대해 "한국과 중국은 일본의 침략 전쟁에 대해 기본적으로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며 "양국은 일본 침략 전쟁의 명백한 피해자"라고 말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 일제 강제동원 피해신고 한달새 4만2,000건 넘어

지난달부터 시작된 일제 강제동원 피해 신고가 접수 1개월만에 4만2,000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전기호)는 1일 "지난달 28일 하룻동안에만 3,456건의 피해신고가 들어오는 등 2월 한 달 간 전국에서 모두 4만2,458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지역별로는 전북이 5,793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전남 4,639건, 경북 4,471건, 충남 4,173건, 경기 4,118건, 경남 3,633건 등 순이었다.

특히 일본이 메이지(明治)유신 이후 국가를 위해 죽어간 영령을 위해 조성했다는 야스쿠니(靖國)신사의 한국인 혼령 합사(合祀) 경위와 관련, 명부 조사를 포함한 진상조사 요청도 3건이 접수됐다.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된 한국인은 2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진상규명위원회는 "해외 공관 접수분이 집계에 포함될 경우 피해신고 건수는 훨씬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해외 신고는 2개월마다 집계에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울산 울주군은 이날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부산항으로 1946년 귀국한 일제 징병 대상자 592명의 명부를 이수은(82·울주군 범서읍 입암리)씨가 증거물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명부에는 울산 출신 77명을 포함한 경상남도 거주자 163명, 경기도 177명, 평안도 176명, 충청도 45, 전라도 15명, 함경도 14명, 황해도 1명, 경상북도 1명 한국인 징병 대상자 592명의 이름과 주소 및 이들의 이동경로와 날짜 등도 기록돼있어 피해 진상 규명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영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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