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유선 인터넷을 쓰세요?"
지난 24일 경기 수원시 매탄동에 위치한 삼성전자 정보통신연구소를 방문해 노트북PC를사용하려고 "인터넷 랜선을 꽂을 데가 없느냐"고 묻자 한 연구원으로부터 받은 대답이다.
세계 이동통신 기술을 이끌고 있는 연구소의 '기술 시계'는 항상 바깥 세상보다 3~4년 앞서 있다. 연구소에서는 '선 달린 물건'은 종류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골동품 취급을 받는다.
지상 25층, 연면적 4만200평의 크기를 자랑하는 건물 내부에는 유선전화를 찾아 볼 수 없다. 국내에서도 몇몇 최첨단 건물에서만 적용되고 있는 '사설 무선기지국'(PBX)이 설치돼 있다. 연구원들이 건물 내부에 들어오면 연구원이 갖고 있는 휴대폰은 사무실 전화번호로 자동 연결된다. 이 때문에 사무실에는 탁상용 전화기가 단 한 대도 눈에 띄지 않는다. 연구소 관계자는 "공중전화를 빼면 일부러 설치한 유선전화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연구소 곳곳에서는 각종 연구 성과물들이 테스트를 거치고 있었다. 2층에 전시된 40인치 대형 TV 화면에는 생생한 화질의 '매트릭스'가 상영되고 있었다.
하지만 당연히 있어야 할 DVD플레이어나 TV케이블은 눈에 보이지 않고, 대신 도시락 크기 만한 무선 수신기만 눈에 띄었다.
김운섭 부사장은 "이것은 와이브로(WiBro·한국형 휴대인터넷) 최신 시제품"이라며 "(기지국당) 1초에 30MB의 전송속도를 낼 수 있어 고화질 영상도 무선으로 전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와이브로 서비스 장비는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고, 내년 4월께면 휴대폰보다 작은 상용 단말기가 출시될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2층 전시관에는 첨단 홈네트워크 기기와 휴대폰, 무선전화기들이 시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부분 전화기에서 시내·외는 물론 국제전화도 무료로 제공됐다. 기자가 "전화요금이 걱정되지 않느냐"고 묻자, 이관수 연구소장은 "인터넷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일반 전화요금의 10분의 1 밖에 안된다"고 답했다. 통화 음질은 ‘인터넷폰’이라고 믿기 힘들만큼 뛰어났다.
연구소에서 가장 돋보이는 시설은 세계의 모든 이동통신 기술을 직접 시연해 볼 수 있는 ‘시험 기지국’. 건물 6층의 무선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WCDMA) 범용이동통신시스템(UMTS)과 최근 개발 중인 와이브로에 이르기까지 삼성전자가 개발한 최신 이동통신 장비들을 테스트해보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여기서 전 세계의 이동통신 서비스 환경을 직접 테스트 해가며 세계 각지에 수출될 휴대폰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 몰려있는 테스트 장비 가격만 300억원대에 달한다.
삼성전자측이 "관련 정보는 모두 비밀"이라고 밝힌 이 연구소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입주 장비와 5,320명의 연구개발 인력, 그리고 연구 중인 최신 기술까지 모두 고려하면 10조원이 넘는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연구소에서 개발중인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전자태그(RFID)를 활용한 첨단 보안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으며, 인터넷 및 전화통화 기록도 검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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