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생각해 봅시다/ 인권위, 성범죄자 사진·주소 공개 자제 요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생각해 봅시다/ 인권위, 성범죄자 사진·주소 공개 자제 요구

입력
2005.03.02 00:00
0 0

‘청소년 성폭력 범죄자의 인권과 청소년의 인권 가운데 어느 쪽이 우선돼야 하나.’국가인권위원회가 28일 청소년 성폭력 범죄자의 사진 및 주소를 공개하는 내용의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해 "범죄자의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도입자제를 요청키로 하자 보호 대상의 우선 순위를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 문제는 인권위 내부에서도 수차례 의견이 바뀔 정도로 ‘난제 중 난제’였다. 지난해 8월 청소년보호위원회가 개정안에 대해 의견조회를 요청하자 실무부서인 인권정책국은 공청회 및 전문가 좌담회 등을 거쳐 사진 및 주소 공개제도(세부정보 제공제도) 도입 자제를 권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상세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실질적 형벌이므로 이중처벌금지 원칙에 위배되고 정보제공을 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도 충분치 않아 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었다.

인권정책국은 이같이 범죄자의 인권을 우선하는 내용의 검토 보고서를 1월 위원 3명으로 구성된 제1소위원회에 보고했지만 1소위에서는 도입에 찬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그러나 1소위에서 두 차례 회의를 통해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자 결국 이 안건은 2월 위원 10명 모두가 참가하는 전원위원회에 상정됐다. 전원위에서도 결론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아 또 두 차례 회의를 거쳤고, 결국 표결에 의해서 결정을 내렸다. 여성 위원을 포함한 4명은 정보공개제도 도입에 찬성했지만 나머지 6명이 반대 의견을 내놓아 마침내 공개 반대 쪽으로 입장이 결정됐다.

도입 반대 의견을 낸 위원들은 "성폭력 범죄자의 세세한 신원이 일부라도 공개되면 인터넷 등을 통해 급속히 전파될 우려가 있고, 이 경우 범죄자의 인권 침해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들은 "청보위 안대로 공개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 피해자들의 인권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상세정보 공개를 요구해온 시민단체나 개정을 추진해온 청보위 쪽은 이런 인권위의 의견 표명에 강하게 유감을 표시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우리사회에서 성폭력이 매우 특수한 문제임에도 인권위가 보편적인 인권의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룬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앞으로도 상세한 신상공개를 개정안에 반영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개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양해경 용인 여성상담소 소장도 "가해자의 세부신상을 공개하는 것이 인권침해가 아니라고는 할 수 없지만 잠재적 피해자의 인권이 더 보호 받을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세부정보 공개제도 도입을 총괄해온 이경은 청보위 청소년성보호과 과장은 "법무부 등 다른 부처와의 협의에서 큰 문제가 없다는 전문의견이 나왔는 데 인권위가 도입 자제를 요구해와 상당히 유감스럽다"며 "하지만 인권위의 의견을 존중해 다른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이현정기자 agada20@hk.co.kr

■ 미국 州별로 메간法 시행/사진·주소·신체 특징까지 신문·인터넷등 통해 공개

청소년 성폭력 범죄자의 재범을 방지하기 위해 신상을 공개하는 제도를 가장 엄격하게 시행하고 있는 곳은 미국이다.

미국은 1994년 뉴저지주에 사는 메간 니콜 켄터라는 당시 7세의 소녀가 성범죄로 2번 형을 산 이웃집 성인 남성에게 유인돼 강간당한 후 살해된 사건을 계기로 성범죄자의 신상을 이웃이 알 수 있도록 규정한 메간법(Megan’s Law)을 만들었다. 뉴저지주가 메간법을 제정한 후 96년 연방법으로도 만들어졌고 이후 주별로 각각 메간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메간법의 경우 공개 대상자의 이름과 별명, 범죄사실의 요지 뿐 아니라 사진, 신체적 특징, 거주지 주소까지 수신자 부담 전화나 CD롬, 인터넷 등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공개 대상자는 강간범, 아동 매춘범 등 특정 범죄의 형 확정자 및 재범의 우려가 높은 사람들이다.

뉴저지주 메간법은 방문 우편 팩스 컴퓨터 지방신문 등을 이용해 알리는 적극적 공개 방식을 택하고 있고 연방 메간법은 성범죄자 명단을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와 무료전화를 운영하고 책자를 제공하는 등의 소극적 공개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러나 연방 메건법은 최소한의 공개 기준만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주별로 메간법의 시행 형태는 다양하다.

프랑스의 경우 청소년 성폭력 범죄자는 경찰에 자신의 거주지를 신고하도록 해 그 정보를 해당 지역 학교 등이 알 수 있도록 하고 있고 호주 퀸즈랜드주는 신상정보가 필요한 경우를 엄격히 규정해 경찰의 명령권 발동에 따라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최영윤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