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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범의 파워클래식] 진짜 영화음악 CD를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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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범의 파워클래식] 진짜 영화음악 CD를 사라

입력
2005.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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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 작곡가가 꿈인 적이 있었다. 언젠가 나도 외국영화들처럼 오케스트라로 영화 전반에 걸친 멋진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요즘은 ‘영화음악=주제곡’으로 통하는 것 같다. 기분 나쁘다. 흔히들 영화를 본 후 사운드트랙을 샀다고 하는데, 잘 보면 가수들이 부른 주제곡만 기억하고 있거든.

더 잘 찾아보면 그냥 사운드트랙이 아니라 ‘오리지널 스코어’라고 쓰여진 음반이 있는데, 오케스트라나 기악으로 이루어진 진짜 배경음악들이다. 저작권 해결한 주제곡들만 가득한 게 아니라 수 개월 동안 고생해 만든 작품들이 들어있는데, 요즘은 거의 안 팔린다. 취향이 달라져서가 아니라 관심이 없어졌으며 우리가 음악에 무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오페라와도 같은 가치를 지니고 있는 배경음악들은 따로 들어도 충분한 작품성이 있기 때문에 CD로 판매하는 것이다. 물론 여러 가수들의 노래를 가져다 쓰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타란티노같은 감독은 1960~70년대 팝을 영화에 아주 잘 삽입한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은 오직 노래만 팔린다. 예전에 ‘스타워즈’나 ‘E.T.’ 같은 오케스트라 음반들은 주제곡 하나 없어도 베스트셀러였는데…. 영화음악 안에서도 대중음악에 클래식이 밀린 것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서태지 이후 국내 가요의 부흥으로 한국 가수 곡의 청취점유율이 절대적으로 높아지자 더 이상 자리매김할 곳이 없어진 외국 노래들이 영화 사운드트랙에서 피난처를 찾아버린 것이다. 사운드트랙이라고 팔리는 음반들은 대부분이 팝가수들의 노래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심혈을 기울여 만든 오케스트라 음악은 한 마디로 ‘안 팔린다.’ 우리는 ‘타이타닉’ 영화음악 하면 셀린 디옹의 ‘My Heart Will Go On’ 만 떠올리며 제임스 아너의 아카데미 작곡상 수상에 빛나는 오케스트라 음악은 ‘난 몰라’ 라고 한다. ‘반지의 제왕’도 사운드트랙의 상업성을 위해 노래로 부른 ‘주제곡’을 각 편마다 만들었다. 그래야 팔리니까.

당신이 진짜 영화음악 광이라고 자처한다면 ‘오리지널 스코어’라고 쓰여진 음반을 사라. 하나 추천한다면…. ‘해리 포터 3편- 아즈카반의 죄수’ 에서는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는 장면이 있다. 화창한 봄날에 새 한 마리가 한참 날아가다가 나무에 잡혀 먹히는 장면에 나오는 플루트 솔로를 들어보라. 전편에서 볼 수 없었던 최고의 음악들로 만들어져 있다. 이 음악을 작곡한 존 윌리엄스는 아카데미 음악상에 30번 후보로 올라 5개를 수상했다. 이런 걸 사라.

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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