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파격적이다. 최문순 MBC 사장이 28일 단행한 본부장과 국장급 인사에서 연공서열을 파괴한 대규모 발탁 인사로, 개혁의 첫 발을 뗐다.
최 사장은 앞서 25일 취임사에서 "현재인력구조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고 밝힌 데 이어, 사장 공모에서 경합한 고석만(57) 전 EBS 사장을 TV제작본부장에 내정해 ‘인사 태풍’을 예고했다. 예상대로 이번 인사에서는 과감한 ‘세대 교체’가 이뤄졌다.
이날 임시주총에서는 유일하게 유임된 엄기영 특임이사 외에 6명의 이사를 새로 선임했다. 부사장에 임명된 신종인(58) 울산 MBC 사장과 고석만 본부장을 제외하면, 편성실장 윤영관(50·시사교양국 위원), 보도본부장 정흥보(49·기획국장), 기술본부장 이완기(51·방송인프라국 부국장), 경영본부장 남정채(52·재무운영국 부국장) 등 1981~82년 입사자들이 입성했다. 기존 경영진에 비해 크게 젊어졌지만, 부사장과 제작본부장에 경영 능력을 인정 받은 이들을 앉힘으로써 나름대로 노(老)·장(長)의 조화를 꾀했다는 평이다.
국장 인사에서는 40대 부장급을 대거 발탁했다. 라디오본부장에 ‘시선집중’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등 인기 프로그램을 기획한 정찬형(47) 부장, 아나운서 국장에 ‘100분 토론’ 진행자인 손석희(47) 부장, 시사교양국장에 ‘PD수첩’을진행한 최진용(47) 책임PD, 예능국장에 ‘!느낌표’ 연출자로 ‘쌀집아저씨’란애칭으로 유명한 김영희(45) 부장을 임명하는 등 ‘간판 스타’를기용한 것도 눈길을 끈다. 특히 최연소인 김영희 PD는 부장대우로 승진한 지 열흘 만에 국장에 올라 화제가 됐다. 반면 보도부문은 신용진(48) 보도국장, 정일윤(51) 보도제작국장 등 최 사장의 선배들을 기용해 안정을 꾀했다. 이밖에 홍은주(47) 보도국 경제부장이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해설주간에 발탁됐다.
이번 인사에 대해 MBC 내부에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노조를 중심으로 한 젊은 층에서는 "위기에서 탈출하려면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며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이지만, 일각에서는 파격 인사가 자칫 조직을 혼돈에 빠뜨리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또 신진 발탁 인사로 물러나게 된 중견 간부들을 어떤 방식으로 조직에 흡수할지 등도 숙제로 남아있다. 일부는 3월 7~9일로 예정된 지방 MBC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보직을 맡게 되겠지만, 상당수는 현업 복귀냐 퇴출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 최 사장은 ‘대(大)국 소(小)팀’ 형식의 팀제 도입을 선언한 바 있지만 팀제 전환 이후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KBS의 예에서 보듯이, 조직 문화를 바꿔나가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 사장은 사장에 내정되기 전 이미 나름의 ‘섀도 캐비닛’을 구성, 일부는 ‘삼고초려’를 해 영입하는 등 꾸준한 물밑 작업을 벌여왔다. 일례로 최 사장은 고석만 제작본부장 영입을 위해 사장 후보에서 탈락한 뒤 미국의 딸에게 다니러 간 고 전사장을 전화로 설득하고, 24일 공항으로 ‘영접’까지 나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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