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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 날다/ KBS2 드라마 ‘해신’송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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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 날다/ KBS2 드라마 ‘해신’송일국

입력
2005.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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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반(反) 영웅(Anti Hero)의 시대다. 자신을 버린 부모에게 복수를 꿈꾸다 비극적 사랑 앞에 죽어간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차무혁(소지섭)부터 춘향의 마음을 얻으려는 덧없는 열망에 사로잡힌 ‘쾌걸춘향’의 변학도(엄태웅)까지. 요즘 TV 드라마는 승자이기보다는 패자에 가까워 세상을 향해 적의를 품고 사는 캐릭터의 매력에 압도 당하고 있다. 영웅 장보고의 일대기를 다룬 KBS 2TV 수목드라마 ‘해신’(극본 황주하, 연출 강일수·강병택)에서 장보고(최수종)보다 악행을 일삼는 해적 염장(송일국)이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도 이런 ‘반역적 흐름’의 한 단면이다.

시청자들은 왜 악역인 염장에게 열광할까. ‘해신’의 세트가 있는 전남 완도에서 만난 송일국(34)은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질문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원래 열 마디쯤 물어야 대답 한 마디를 들을까 말까 할 정도로 말 주변이 없다. "인터뷰 하는 것보다 긴 대사를 외우는 게 낫다"며 연신 이마의 땀을 훔쳐대더니 어렵게 입을 뗀다. "염장은 사람들을 파리 목숨처럼 죽이지만 ‘이유 있는 악역’이에요. 장보고에게 늘 지고, 사랑하는 정화의 마음을 얻지 못해 아파하는 인간적인 면이 시청자들에게 어필한 것 같아요."

염장, 아니 송일국의 인기 급상에는 배역 운도 따랐다. 2002년 KBS 연기대상 신인상을 안겨준 ‘인생화보’의 신형식이나 스타덤에 오르게 해준 ‘애정의 조건’의 나장수 역과 마찬가지로, 염장도 악역이긴 하지만 정화(수애)에게 지고지순한 사랑을 바치는 사내로 그려지고 있다. "실제로도 그러냐고요? 모르죠. 제가 그렇다고 하면 믿으시겠어요?" 그러면서 "여동생이 조상님이 나라 위해 희생하고 바르게 살아서 오빠가 복을 받는 거라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알려진 것처럼 송일국은 탤런트 김을동의 아들, 그러니까 김좌진 장군의 외증손, 김두한의 외손이다.

아무리 배역 운 좋고, 조상님 덕까지 봤다 해도 본인의 노력이 없었다면 잡지 못했을 행운이다. "현장에서 일하는 게 참 재미있어요. 염장이 바다에 빠지는 장면 찍을 때 감독님은 물만 묻혀도 된다고 하셨는데, 제가 집에서 잠수복 갖고 와 바다 속까지 들어갔어요."

그는 스키 패트롤(안전요원) 자격증을 따고 철인3종 경기를 완주한 만능 스포츠맨답게 사극 찍는 가장 큰 즐거움으로 말타기를 꼽는다. "한때 ‘불멸의 이순신’의 이순신 장군 역 물망에 올라 승마를 배웠는데, ‘해신’을 찍으며 말을 원 없이 탈 수 있어서 좋아요."

화가를 꿈꿨던 송일국은 미대에 지원했다가 내리 3년을 떨어진 뒤 연극영화과에 진학, 무대미술로 대리만족 해야 했고, 얼떨결에 연기자로 나섰다. "그림 그리는 건 이제 취미일 뿐이고 연기자의 길을 가야죠. ‘해신’을 녹화해 놓고 보는데. 대사 톤도 그렇고 만족하지 못하는 부분이 이루 말할 수 없죠. 하지만 이제는 이 일에 많이 익숙해져 가는 것 같아요." 그가 앞으로 삶이란 캔버스 위에 그려보일 ‘연기자 송일국’은 과연 어떤 빛깔일까 궁금하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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