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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서울, 서울,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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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서울, 서울, 서울

입력
2005.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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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주의 뉴스거리는 단연 서울이었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 2주년 연설이 있었지만 그 내용은 한 달 전에 있었던 연두기자회견과 별로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 말 많았던 행정수도 이전문제가 경제부서를 중심으로 한 주요 행정 부서들을 서울로부터 충청남도 연기로 옮긴다는 행정도시안이 여야간 합의로 사실상 확정됐다. 물론 아직도 한나라당의 수도권 의원들과 지방자치 관계자들이 반발하고 있고 또 다시 위헌소송이 제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따라서 또 한차례의 홍역을 치를 여지는 남아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헌법재판소가 안고 있는 정치적 부담을 고려할 때 이번에는 행정도시 이전이 성사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개인적으로 분권과 행정수도 이전에는 찬성하지만 왜 그 이전지가 굳이 충청권이어야 한다는 데는 아직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통일이후, 그리고 지역적 낙후성을 고려할 때 강원도의 어딘가가 오히려 적합한 장소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차피 정치논리로 시작된 사업인 만큼 유권자 수가 적은 강원도를 대상지로 삼지 않을 것은 뻔한 일이다.

게다가 이미 한 차례 홍역을 치룬 만큼 변형된 행태지만 이 문제가 여야합의로 적당한 선에서 해결된 것은 잘된 일이다. 그리고 통일 후에야 수도가 됐던, 행정도시가 됐던 또 한번 이전을 하면 건설경기도 진작되고 국민총생산(GNP) 성장률도 높아지고 좋은 일 아닌가. 국민들이 그 만큼 세금을 더 내느라고 등뼈가 휘겠지만 말이다.

서울을 뉴스거리로 만든 것은 이 뿐이 아니다. 서울대학교와 서울 YMCA도 가세를 했다. 서울대학교가 뉴스거리가 된 것은 미술계의 친일 인사들에 대해 비판적인 논문을 발표하는 등 미술계의 금기를 깬 ‘괘씸죄’ 때문에 재임용에서 탈락해 몇 년 동안 외로운 복직투쟁을 해온 김민수 교수 때문이다. 최근 법원이 김 교수를 복직 시키라는 판결을 내렸는데 이에 대해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들이 지난 주 대학본부에 김 교수를 복직 시키지 말도록 압력을 넣기 위해 사표를 제출하는 유치한 협박 촌극을 벌렸다. 게다가 본부의 인사위원회는 김 교수 복직안을 부결시키기까지 했다. 문제의 미대 교수들과 인사위원회 위원들의 면면을 볼 때 이들은 "악법은 법이 아니므로 복종할 수 없다"며 부당한 외부권력의 결정에 대해 투쟁해온 강경파 민주투사와는 거리가 먼 것 같다. 그러한 이들이 실정법도 아랑곳 하지 않는 대단한 강경파 민주투사라도 된 양 갑자기 법원의 결정에까지 도전을 하고 나서니 어안이 벙벙해진다.

서울 YMCA도 심각한 문제다. 다른 YMCA 지부들이 여성들에게 참정권을 주고 있고 국가인권위원회도 서울 YMCA 여성회원에게 선거권, 피선거권, 의결권을 주지 않는 것은 성차별이라는 시정권고를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 YMCA는 며칠 전 여성에게 선거권 등을 주는 안을 부결시켰다.

몇 년 전 미국에서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최고급 골프클럽이 남성만 회원으로 받아들이는 성차별적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것과 관련, 커다란 사회적 논쟁이 벌어진 바 있다. 그러나 서울 YMCA는 이 클럽보다도 백배는 더 저질이다. 여성에게 회원으로 회비도 받고 의무는 다 부여하고도 권리는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서울 YMCA회원의 60%, 자원봉사자의 90%가 여성이라고 하니 여성을 의무만 있고 권리는 없는 이등시민으로 밖에 간주하고 있지 않은 셈이다.

김민수 교수 사태와 서울 YMCA 사태는 기득권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한국최고의 지성이라는 서울대학과 주요 시민단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주요 행정부서의 탈 서울, 그리고 서울대와 서울 YMCA 사태…, 유행가 가사처럼 ‘서울, 서울, 서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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