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궁화 사랑운동은…
한서(翰西) 남궁억(南宮檍·1863~1939) 선생은 일제 강점기 독립지사이자 언론인 교육자 문인 종교인으로 폭 넓고 치열한 삶을 살다간 민족정신의 표상이다. 1918년 선영이 있는 홍천군 서면 모곡리에 낙향해 나라꽃 무궁화 보급과 독립운동에 전념했다. 순 우리말로 보리울(모곡·牟谷)이란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이곳에서 선생은 기독교의 진리·박애정신을 바탕으로 이상적인 농촌 건설을 꿈꿨다.
이를 위해 선생이 조직한 '무궁화십자당'은 전국적으로 무궁화를 심어 민족정신을 드높일 것을 목적으로 모곡학교에서 무궁화 묘목을 심어 전국 각지에 보내는 활동을 펼쳤다.
일제는 1933년 선생의 이 같은 활동이 불온사상을 고취하고 치안을 교란시킨다는 이유로 무궁화 묘목 8만주를 소각했다. 모곡학교 교직원, 교회목사, 신도들까지 모두 체포했다. 이 사건의 취조과정에서 비밀결사조직인 십자당이 발각됐고, 선생은 1935년 병보석으로 출감할 때까지 온갖 고초를 치러야 했다.
또한 선생은 우리나라 13도(道)를 무궁화 한송이 씩으로 수놓은 수본(繡本·사진)을 고안하여 학생들에게 권장하였다. 무궁화로 삼천리 금수강산을 상징한 것이었다
한서감리교회 현재호(54) 목사는 "선생의 무궁화운동은 구한말 세계 열강의 각축장이 된 우리나라를 수호하려는 정신운동이었다"며 "끝없이 피어나는 무궁화의 무궁성에서 자주독립정신을 찾으신 것"이라고 말했다.
홍천= 곽영승기자
■ 남궁억 선생은…
한서 남궁억(사진) 선생은 서재필, 이상재 선생 등과 독립협회를 창립했고 고종황제 영어통역관, 황성신문(皇城新聞) 사장, 대한협회보 발행 등으로 일제 강점기 민족을 위한 정치, 교육활동에 헌신했다.
자는 치만(致萬), 호는 한서(翰西)이다. 서울에서 출생해 어릴 적에는 한문을 공부하고 1883년 영어학교에서 1년간 수학했다. 1886년 내부주사(內部主事)가 됐고 1887년 전권대신 조민희를 수행해 중국 상하이를 다녀왔다. 1889년에는 궁내부 별군직, 1893년 칠곡부사를 역임했으며, 1895년에는 내부 토목국장이 되어 탑골공원을 축조했다. 이후 흥화학교 교사로 영어와 국사를 가르치고, 독립협회에서는 수석총무와 사법위원을 겸임했다.
1898년 독립협회 관계로 투옥되었다가 풀려나와 황성신문 사장으로 러시아와 일본의 한국분할설과 러·일협정을 통박했다. 1905년 성주목사, 이듬해 양양군수로 있으면서 양양에 현산학교를 설립했고 1907년에는 대한협회장이 됐다.
선생은 1910년부터 8년간 배화학당 교사로 재직하는 동안 ‘가정교육’과 우리나라 궁체 체본서의 효시인 '신편언문체법(新編諺文體法)' 등 교과서를 지었다. 1933년 무궁화 사건으로 체포되어 복역하다가 1935년 병으로 석방된 후 고향에서 별세했다. 저서로 '동사략(東史略)' '조선 이야기' '무궁화 동산' '기러기' '조선의 노래' 등이 있다.
■ 일제하 남궁억 선생이 홍천서 무궁화 운동
◆ 연봉 무궁화공원 = 강원도와 홍천군은 2002년 7월 홍천읍 연봉리 2만㎡에 42억원을 들여 ‘연봉 무궁화공원’을 조성했다. 이곳에는 무궁화시범공원, 근린체육공원, 수목지 등이 들어섰으며, 11억여원을 들여 향토사료관도 건설됐다.
수목지에는 6,500그루의 무궁화가 종류별로 식재돼 있어 꽃이 한창 피어날 때는 놀라운 장관이 펼쳐진다. 무궁화 외에도 1만5,000그루의 조경수들이 무궁화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무궁화시범공원에는 무궁화별 단지와 무궁화광장 야외교육장 분수대 등이 있으며, 근린체육공원에는 어린이놀이터 야외전시장 파고라정자 휴게시설 음수대 간이운동시설 주차장 화장실 산책로 등이 설치됐다.
무궁화공원 내에는 충혼탑과 남궁억 선생 동상, 3·1운동 만세비, 전몰군경 위령탑 등이 세워졌다. 공원 입구에 조성된 1,500평의 잔디구장 내에는 롤러스케이트장 배드민턴장 족구장 등도 만들어져 있다.
홍천군 주민들은 매일 저녁 무렵이나 휴일이면 가족들과 함께 이곳으로 산책 나온다. 우리의 과거와 한서 선생의 독립정신을 추념하게 돼 여느 산책길과는 또 다른 느낌을 가지게 된다.
◆ 한서기념공원 = 한서기념공원은 강원도와 홍천군이 지난해 6월 홍천군 서면 모곡리 2만4,000㎡에 16억원을 들여 건설했다.
공원에는 한서 선생이 세웠던 학교와 예배당이 복원됐고, 한서기념관이 서있다. 선생의 묘역도 무궁화 등으로 단정히 정비돼있다.
기념관 앞에는 400여 그루의 무궁화가 아름답게 심어져있다.
기념관에는 한서 남궁억 선생의 친필서예본과 낙관인, 무궁화십자당 사건 재판기록 20권, 독립신문 영인본, 무궁화자수, 붓글씨 열폭병풍 24종의 독립운동 및 교육·언론활동의 유물 등이 전시돼있다. 1933년 무궁화십자당 사건의 취조 장면을 생생하게 재현한 디오라마도 설치됐다.
옛 예배당에서는 선생이 작사한 ‘삼천리반도금수강산’ ‘주일학교가’를 들을 수 있으며, 예배당이 좁아 문밖에서 예배를 드리는 당시의 예배 모습을 그림으로 볼 수 있어 한서 선생의 생애와 구한말의 사회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 한서문화제 = 한서문화제는 한서 선생의 독립정신과 무궁화의 상징성이 응축돼있어 여느 축제와는 다르다. 매년 가을 열리는 홍천군민의 최대 축제로 올해로 27회째를 맞는다. 한서 선생의 나라사랑 정신이 곳곳에 나타나는 한서문화제는 무궁화를 대상으로 한 행사가 주를 이룬다.
무궁화풍물단의 발원제를 시작으로 한서선생 추모제, 무궁화 학생사진전, 무궁화 분재 및 야생화 전시회, 무궁화사진 공모전, 무궁화그림 그리기대회 등이 이어진다. 흥미와 놀이 위주의 일반 축제와는 다르다. 이외 종합예술전시회 민속대회 체육대회 청소년한마음예술제 무료영화상영 불꽃놀이 등이 문화제 기간 내내 이어진다. 지역농특산물전 토속음식판매전 전통수공예품판매전도 열려 문화제의 맛을 살린다.
홍천= 곽영승기자 ys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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