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도 입법·사법·행정부 고위공직자들의 3분의 2 이상이 지난 한해 동안 재산을 불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공직자 윤리위원회가 28일 공개한 17대 국회의원 294명의 재산변동 내역에 따르면 전체의 68%인 201명의 재산이 늘어났고, 이들 중 65명(22.1%)은 1억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재산이 감소한 의원은 31.3%인 92명이었다.
이 같은 재산증식 의원비율은 지난해 2월 변동내역 공개 당시 54%(1억원 이상 16%)를 크게 웃돌 뿐 아니라 1998년 이후 최고 수치다.
또 대법원 공직자 윤리위가 이날 공개한 사법부 재산변동 내역에서도 고법 부장 이상 고위법관과 1급 이상 일반직 간부 등 122명 중 재산을 늘린 사람은 99명으로 전체의 81.8%에 달했다. 헌법재판소도 윤영철 소장을 포함한 재판관 9명과 1급 이상 사무처 간부 4명 등 13명 가운데 9명의 재산이 증가했다.★관련기사 A4·5·9면
앞서 24일 공개된 행정부 1급 이상 공직자 재산변동 내역에서도 594명 중 75.2%인 447명의 재산이 늘었고, 87명이 1억원 이상을 불렸다.
고위 공직자들의 경기침체 속 재산증식은 보험 및 은행예금 등 저축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주식 또는 부동산 매매차익에 따른 것도 적지 않아 적법성 여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부인이 1979~83년 경기 광주에서 위장전입을 통한 부동산 투자로 큰 차익을 남겼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와 함께 정치자금법과 선거법이 엄격히 개정됨에 따라 정치자금 모금이 어려워진 데다 검은 돈의 정치권 유입 가능성이 낮아진 상황에서도 재산을 늘린 의원비율이 유독 높아진 배경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날 공개된 의원 재산변동 내역에서 정당별 재산 증가자는 열린우리당 108명, 한나라당 74명, 민노당 7명, 민주당 6명 순이었고, 1억원 이상은 우리당 31명, 한나라당 29명, 민노당 및 민주당 각 1명으로 나타났다.
10억원 이상 재산이 늘어난 의원은 김양수(한나라당) 의원 70억9,900만원, 정몽준(무소속) 의원 44억1,600만원, 김무성(한나라당) 의원 27억9,100만원, 이계안(우리당) 의원 15억4,400만원 등 4명이다.
유성식기자 ssyoo@hk.c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