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특집-무궁화 사랑/ 차·약재로 애용‘웰빙식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특집-무궁화 사랑/ 차·약재로 애용‘웰빙식품’

입력
2005.03.01 00:00
0 0

무궁화의 용도는 말 그대로 무궁무진하다. 나라꽃이라는 상징성에, 눈으로 보는 아름다움만으로도 벅찬데, 몸에 좋은 다양한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식용과 약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나라꽃을 먹는다는 발상이 발칙하다고? 하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차, 나물, 약재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여러 문헌에 나와있다. 이를 활용한 음식이 최근 잇따라 선보이고 있기도 하다. 무궁화는 이제 웰빙시대를 선도하는 음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 문헌에 나타난 무궁화의 효능 = 무궁화의 학명 ‘히비스커스(Hibiscus)’는 이집트의 여신에서 따온 말이다. 이전에는 알세아 로제아(Althea Rosea)로 불렸다. ‘몸을 치료하는 장미’라는 의미이다. 식용과 치료의 용도를 두루 갖춘 허브로 쓰였다는 증거이다.

실제로 옛 문헌을 들여다 보면 무궁화의 다양한 약효를 확인할 수 있다.

‘木槿(목근·무궁화)의 약성은 순하고 독이 없으며, 장풍과 사혈을 멎게 한다. 설사한 뒤 갈증이 심할 때 달여 마시면 효과가 있는데, 졸음이 온다. 꽃은 약성이 냉하고 독이 없으며, 적이질, 백이질을 고치는 데 쓰인다. 장풍, 사풍, 사혈에는 볶아서 먹거나 차처럼 달여서 무시로 마시면 낫는다.’(허준의 ‘동의보감’ 중에서)

‘종기의 통증을 멎게 하는 진통제로, 옴병치료제로 사용한다. 달인 물로 눈을 씻으면 맑아진다. 무궁화의 껍질은 썰어서 술에 담았다가 절반정도로 졸여 공복에 복용하면 여인의 적대하증, 백대하증 치료에 좋다. 무궁화 껍질이나 잎을 달인 물로 치질부위를 찜질하거나 씻으면 통증이 잘 멎는다. 무궁화 씨는 두통이나 편두통을 다스린다. 꽃은 볶아서 약에 넣어 쓰고, 달여서 차로 마시기도 한다. 흰 꽃을 그늘에 말려 가루를 낸 뒤 찹쌀 미음에 타서 먹으면 토사를 멈추는 데 효과가 있다.’ (이시진의 ‘본초강목’ 중에서)

무궁화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자료에서도 뛰어난 효능은 어김없이 드러난다. 뿌리의 껍질에는 탄닌산과 점액질이 들어있고, 꽃에는 사포닌이, 종자에는 말발산, 세루쿨산, 디하이드로 스테로쿨산이 함유돼있다. 줄기와 뿌리는 이질균과 티프스균에 대한 항균작용을 한다. 실제로 이질, 탈황, 백대하, 옴, 무좀, 치질 등의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중국의 무좀약인 복방토근피정은 무궁화의 약효를 이용, 제품화한 대표적인 약품이다.

◆ 웰빙식으로도 손색없어 = 옛 선조들이 몸에 좋다는 무궁화를 그냥 내버려두었을 리 없다. 다양한 식용법이 전한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춘궁기면 무궁화 잎을 따 나물이나 국으로 조리해먹었다고 한다. 이익의 ‘성호사설’에는 ‘무궁화 꽃은 오얏꽃과 비슷한데,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풀이 죽으면 먹을 수 있다’는 내용이 전한다.

외국에서도 이미 오래 전부터 무궁화를 식용했다는 사실을 여러 문헌을 통해 알 수 있다. 일본에서 발간된 ‘만선식물’이라는 책에도 ‘어린 잎은 식용하고, 불에 볶아서 차 대용으로 마시기도 했으며 약재로도 쓰인다.’고 나와있다. 일본 궁중요리에도 무궁화의 꽃몽우리를 쪄서, 향신료와 간장으로 사용한 흔적이 남아있다. 중국 당 시대 구양순 등이 편찬한 ‘예문유취’에도 무궁화꽃을 백성들이 많이 먹는다는 내용이 기록돼있다.

동양 뿐 아니라 서양에서도 오래전부터 무궁화를 식용으로 활용했다. 유럽에서 생산되는 무궁화차가 대표적이다. 작은 종이 속에 무궁화잎을 담아 티백 형태로 마시는 무궁화차는 은은한 분홍색깔이 우러나는 데다, 오미자차처럼 감칠 맛을 담고 있다. 이런 형태의 무궁화차가 생산된 것이 100년이 넘었다는 사실도 놀랍지깟만, 유럽에서 생산되는 원료로는 모자라 동남아일대에서 무궁화꽃을 수입까지 할 정도로 폭 넓은 인기를 얻고 있다.

무궁화 전문가인 김용범 교수(중앙대 예술대학원)는 "무궁화는 농경생활을 주로 해온 우리 민족이 춘궁기나 흉년에 곡식 대신 먹었던 구황식물 중 하나였다. 실제로 몇 년 전 가야산 청량사에서 무궁화 잎을 따서 끓인 된장국을 신도들이 먹기도 했다"고 전한다. 김교수는 "최근 식용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크게 줄기는 했지만 웰빙시대를 맞아 무궁화에 대한 재평가작업이 이뤄지면서 식용화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창만기자 cmhan@hk.co.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