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민법개정안이 28일 국회 법사위에서 통과됨에 따라 앞으로 국민생활과 의식에 큰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2일 본회의 통과도 확실시 된다. 개정안은 이혼·재혼 가정에 대한 차별적 요소를 개선하는 등 부계 중심에서 벗어난 민주적 가족관계 형성을 위한 여러 장치를 담고 있다.
법사위는 이날 개정안 부칙에 호주제 폐지와 친양자제도 도입 등은 유예기간을 둔 뒤 2008년 1월1일부터 시행토록 규정했다.
■호적 등·초본이 새로운 양식으로 바뀐다
호주제 폐지 후 국민이 쉽게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새 신분등록제도가 마련되고 현행 호적 등·초본 양식의 문서는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새 신분등록부에는 호주를 기록하는 칸이 없어지고 본인을 기준으로 한 변동사항이 기재된다. 부모 등 가족의 신분 변동사항은 기재되지 않아 부모의 이혼, 재혼 여부는 알 수 없다. 여성이 결혼하더라도 남편의 호적에 입적되지 않고 자기 신분등록부에 배우자의 인적사항이 기재될 뿐이다.
■가족 범위 확대
현재는 호주의 배우자, 혈족과 그 배우자, 기타 민법에 의해 그 가(家)에 입적한 자를 가족의 범위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호주제가 폐지되면 배우C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생계를 같이 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배우자의 형제자매로 확대된다. 생계를 같이 하는 경우에는 며느리와 사위, 장인, 장모, 시아버지, 시어머니, 처남, 처제까지 가족에 포함되는 것이다.
■자녀의 성(姓) 문제 개선
현재는 자녀가 아버지 성과 본을 따르도록 강제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혼인신고 때 협의만 하면 어머니 성을 쓸 수 있게 된다. 혼인신고 때 아버지 성과 어머니 성 어느 한쪽으로 결정하면 그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는 결정된 하나의 성을 쓰게 되므로 형제자매간 통일된 성이 가능하다.
현재는 어머니 호적에 올리고 어머니 성을 따르던 혼인외 출생자를 아버지가 인지하게 되면 아버지 호적으로 옮기고 성도 따라 바꿔야 하지만, 개정안은 부모 협의가 있으면 종전의 성과 본을 계속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재혼가정 자녀의 경우, 반드시 친아버지의 성을 따르게 돼 있는 것이 법원 허가로 자녀가 새 아버지 성을 따를 수 있도록 바뀐다.
■친양자 제도 도입
자녀가 양아버지를 맞게 되면 새 아버지의 성을 따르고 호적에도 양아버지의 친생자(親生子)로 기재돼 법률상 친자녀와 같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친양자제도는 재혼가정뿐 아니라 혼인기간이 3년 이상된 부부가 입양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
혼인기간이 1년 이상 된 재혼부부가 배우자의 자녀를 친양자로 입양하게 되면 그 자녀는 새 아버지의 성을 따르고 신분등록부에도 친자로 공시된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