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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기찻길과 모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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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기찻길과 모루

입력
2005.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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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차를 처음 타본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대개 기차와 기찻길을 먼저 보고, 기차를 타보는 것이 나중인데 대관령 아래 산골에 살던 나는 기차를 처음 타던 날에야 기차와 기찻길을 보았다.

아니, 그 전에 기찻길의 한 부분을 먼저 보긴 했다. 아랫마을 석수장이 아저씨는 저녁마다 끝이 뭉툭하게 닳은 정을 불에 달궈 다시 창처럼 뾰족하게 벼렸다. 그때 시뻘겋게 달궈진 쇠를 대고 두드리는 모루가 바로 기찻길의 한토막이라고 했다.

아저씨는 그 위로 기차가 달린다고 했다. 먼저 기찻길을 본 다음 레일 토막을 봤다면 아저씨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겠지만, 기차도 기찻길도 본 적이 없는 우리에게 자신이 모루로 쓰는 레일 토막만 가지고 기차와 기찻길을 설명하는 것은 무리였다. 아직 본 적이 없지만 기차가 얼마나 큰 물건인데 그것이 저 뭉툭한 모루 위로 달린다는 말인가.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을 바로 그럴 때 쓰는가 보았다. 6학년 때 강릉역까지 20리를 걸어나와 기차를 타고 삼척 공업단지로 수학여행을 가면서 비로소 나는 기차와 기찻길, 그리고 그 길 한 토막으로서 석수장이 아저씨의 모루를 이해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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