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10년 동안 맡고 있던 정수장학회 이사장직을 사퇴했다고 한다. 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신분에서 비롯됐던 과거 정치적 음영의 한 가닥을 정리하는 것이다. 이 시점 야당을 이끄는 대표로서 박 대표의 이 처신은 현명하고 마땅하다고 본다. 털어야 할 것을 털어버린 이상 박 대표는 이에 대해 미련이나 사족을 달 필요가 없다.
뿐만 아니라 박 대표는 자신의 과거와 관련된 정치적 논란에 대해 같은 방식의 적극성으로 정면 대처하는 것이 야당의 입지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점을 함께 지적하고 싶다. 과거사 정리 문제가 야당, 구체적으로 박 대표와 구 기득권 층을 향해 공세적으로 제기된 측면이 없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를 빌미로 한 저항 일변도의 공세가 대중적 설득력과 지지를 얻기에는 한계가 있다. 여당을 상대하는 존재로서의 야당이라는 입장을 떠나 이것이 국민일반 정서의 현주소이자, 시대의 흐름이라는 점을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정수장학회가 그 전신인 부일장학회의 김지태씨 측에게 자연 환원돼야 하는가의 문제는 전혀 별개일 것이다. 문제의 발단, 그리고 이를 제기한 측의 전전후 동기가 마냥 순수하다고 하기 어려운 정황이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 사퇴 이후 정수장학회가 공익재단으로서 어떤 진로를 밟아 가야 하는가의 문제도 역시 같다고 본다. 동시에 박 대표로서는 인적 장치를 통해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식의 처신을 시도해서도 안 될 것이다.
박 대표와 관련된 과거사 논란은 그가 야당을 이끌고 있기 때문에 증폭되는 것이다. 야당은 궁극적으로 정권 탈환이 목표이고, 이를 위해 대표는 버려야 할 것은 버려야 한다. 박 대표의 경우 ‘홀로서기’라는 시험도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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