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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시샘했나/ 나상욱 연장전 퍼트순간 "쌩"…준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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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시샘했나/ 나상욱 연장전 퍼트순간 "쌩"…준우승

입력
2005.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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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한국시각) 미국 프로골프협회(PGA)투어 투산크라이슬러클래식 연장 두번째홀(10번홀·파5·501야드) 그린. ‘토네이도' 나상욱(22·엘로드)이 버디 퍼트를 하기 위해 자세를 잡았다. 연장 우승을 다투던 죠프 오길비(호주)가 이미 5.4m의 버디 퍼트를 떨군 뒤 숨을 죽이며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2.4m 오르막 슬라이스 라이. 나상욱이 두번의 연습 퍼트를 하고 어드레스에 들어가는 순간 잠잠하던 바람이 그의 바지가랑이를 휘날릴 정도로 불었다. 불길한 전조였을까. 퍼터를 떠난 공은 홀 앞에서 맥없이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며 그대로 지나가 버렸다.

나상욱은 이날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의 옴니투산내셔널골프장(파72·7,109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라운드 연장전에서 오길비에게 지며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다. 프로 7년차인 오길비는 108개 대회만에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극적으로 연장에 진출한 나상욱이기에 연장전 패배는 더욱 아쉬웠다. 나상욱은 오길비, 마크 캘커베키아(미국)에 1타 뒤진 공동 3위로 18번홀(파4)에 들어섰다. 나상욱은 회심의 두번째 아이언샷을 핀 1.6m 옆에 떨군 뒤 버디로 연결, 최종합계 19언더파 269타로 연장전에 합류했다. 18번8홀에서 치른 연장 첫번째 홀에서도 나상욱은 두번째 샷이 그린 옆 러프에 떨어져 위기를 맞았으나 8.2m 파 퍼트를 잡아내며 기사 회생했다.

캘커베키아를 떨구고 10번홀로 옮겨 오길비와 맞대결을 펼친 나상욱은 두번째 샷을 그린 프린지까지 날려 간신히 3온한 오길비에 우세했다. 하지만 나상욱의 칩샷은 홀을 지나갔고 버디 퍼트까지 놓치면서 다 잡았던 첫 우승의 기회를 날리고 말았다. 아쉬움은 남았지만 한층 커진 나상욱을 보여준 경기였다.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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