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키로 합의했던 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과거사법 등 3대 쟁점법안을 또다시 4월로 미뤘다.
여야는 28일 원내대표 회담을 갖고 4월 국회에서 국보법은 다루고, 과거사법은 처리키로 합의했다. 또 사립학교법은 교육위 차원에서 합의처리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작년말 여야가 죽기살기식 극한 대치 상황을 연출하며 국회를 며칠씩 공전시키던 때와는 판이한 모습이다. 국보법은 ‘다룬다’는 표현으로 봉합함으로써 4월에 처리할지도 미지수다.
특히 열린우리당은 천정배 전 원내대표가 연초 "4대법안을 처리하지 못한 걸 책임지며 사퇴한다"던 때와는 판이한 분위기다. 이 같은 분위기는 최근 여당의 실용주의 흐름과 무관치 않다. 지도부가 전면에 나서 '경제 올인'을 외치고 있는 마당에 굳이 야당과 대립각을 세울 필요가 없다는 판단인 것이다. 여당은 대신 최근 여야가 합의한 신행정도시특별법 처리에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괜히 전선을 확대한다면 진통 끝에 합의한 이 법안마저 처리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도부는 개혁 후퇴가 아니냐는 당내 일부 반발을 의식해 기회 있을 때마다 "여야가 국회에서 합의한 사항은 지켜져야 한다"고 말해왔다. 임채정 우리당 의장은 28일에도 "지난 연말 약속한 것이 있는데 물리는 것은 안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특히 과거사법 처리에 완강한 반대 입장을 보였다. 과거사법의 조사 대상 범위에 민주화를 가장한 친북용공활동을 포함시켜야 한다며 상임위에서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김덕룡 원내대표도 "여당이 자신들 편한대로 만 통과시키려는 것은 평지풍파의 화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립학교법은 지난 주 야당의 요구대로 공청회를 열기로 한 상태로 회기 내 물리적 처리가 불가능하다. 국보법은 아예 이날 법사위 의제에 오르지도 않았다.
이에 대해 지난해 여당 국보법 폐지 240시간 연속의총을 했던 임종인 우원식 정청래 유승희 의원 등은 "또다시 개혁입법 처리를 4월로 미루기로 한 것은 유감"이라며 "상생의 정치는 합의 이행에서 출발한다"고 반발했다. 특히 정 의원은 "합의를 깨기 위한 합의를 했다"며 지도부를 비난했다.
조경호기자 sooy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