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슬람에 대한 ‘사상전’(Battle of Idea) 공세를 본격화하고 있다. 미 정부는 지난달 27일 중동을 대상으로 한 아랍어 위성뉴스TV ‘알 후라’를 가을부터 유럽에도 방송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럽 내 이슬람교도는 최대 1,100만 명에 이르고, 2001년 9·11테러 모의, 2004년 마드리드 폭탄테러 등 제2의 테러 온상이 된 만큼 공격적인 홍보를 펼치겠다는 것.
알 후라는 지난해 2월 ‘자유라는 미국의 정의’를 중동에 확산하기 위해 국무부 예산 6,200만 달러를 들여 버지니아주에 창설한 사실상의 국영방송이다.
미국의 소리(VOA) 등을 송출하는 방송위원회(BBG) 산하로 유럽 확장 초기 자금은 810억 달러의 이라크 추가 전비 예산에서 끌어 쓸 계획이다.
조지 W 부시 정부는 대외정책 전반에서‘소프트 파워’전략을 강화하는 추세다. 냉전 해체 이후 반 토막 났던 VOA 예산이 옛 수준을 회복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VOA 예산은 올해 6%, 내년 14%가 증액돼 6억5,000만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2001년 이후 5년 간 45%나 급증하는 것.
특히 VOA 예산 증액분은 아랍계를 대상으로 한 알 후라와 분리해 이란을 겨냥, 페르시아어 위성TV 확대에 쓰인다.
이 같은 변화는 ‘전세계에서 미국에 대한 적대적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는 미국 조야의 불안감 때문만은 아니다. 단순히 수세적인 전략이 아니라 보다 공격적으로 미국적 가치를 선전하고 반미적 가치를 제압하겠다는 조지 W 부시 2기 정부의 새 안보전략이 깔려 있다. 특히 BBG 이사 출신인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이 선전전 강화를 공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사상전의 강화는 라이스 장관이 인준 청문회에서 밝힌 ‘퍼블릭 디플로머시’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국방부 자문단도 지난해 12월 "국가 안보의 핵심인 전략 커뮤니케이션이 위기에 처해 있다"며 "‘서구 대 이슬람’ 구도를 넘어선 지구적 사상 투쟁에 개입돼 있다고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산하 전략 커뮤니케이션 조직 창설을 제안했다.
그러나 성과를 거둘지는 불투명하다.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대법원 재판관이 ‘알 후라는 타락의 원천’이라며 시청 금지 파트와(율법해석)를 내릴 만큼 이슬람권의 시각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이라크에선 2월에만 2명의 알 후라 기자가 ‘미국의 하수인’으로 표적 살해당했다. 레바논 아메리카대 나빌 다자니 교수는 "미국의 이슬람 정책 변화가 없는 한 사상전의 미래는 암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준현기자 dejav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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