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노동운동 산증인’도요안 신부/ 척추암 이기고 다시 활동 나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노동운동 산증인’도요안 신부/ 척추암 이기고 다시 활동 나서

입력
2005.03.01 00:00
0 0

지난해 척추암 발병으로 한때 중태에까지 빠졌던 ‘한국 노동운동의 산 증인’ 도요안 신부(68·미국명 존 트리솔리니)가 요즘 다시 봉사의 일선에 나섰다. 매주 세 차례 물리치료만 받을 만큼 병세가 한결 호전된 그를 28일 오후 서울 성북구 보문동 천주교 노동사목회관 7층 사제관에서 만났다.

"4월에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봉사하는 전국의 가톨릭 형제들에게 3박4일간 교육을 시키는 행사가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강연도 하고 격려도 아끼지 않을 생각입니다. 제 생일이 3월2일입니다. 암을 이기고 이날을 계기로 다시 태어나 활동을 재개한다는 의미로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1959년 선교사로 한국과 첫 인연을 맺은 도 신부는 사제서품을 받고는 68년 다시 한국에 돌아와 영등포 공장촌에 자리를 잡으면서 40년 가까이 노동자들과 동고동락 해왔다. 92년에는 명동에 외국인노동자 상담소를 만들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1960~70년대 우리나라(그는 한국을 꼭 ‘우리나라’라고 했다) 노동자들이 받았던 부당한 대우를 그대로 당하고 있습니다. 체불임금, 이유 없는 해고, 작업장 폭행, 퇴직금 안주기, 산업재해 문제 등등…. 유엔과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에 불법체류자라도 한번 고용하면 고용계약은 더 이상 불법이 아닙니다. 협약에 가입했건 안 했건 이 건 세계적인 기준입니다."

그는 3월부터 말레이시아에선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50만명을 대거 추방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우리나라도 8월에 비슷한 일이 예상됩니다. 그러면 우리도 똑같이 잔인한 나라가 되는 것입니다."

도 신부는 그럴 경우 국내 작은 기업들은 줄줄이 망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도 일본처럼 고령화·저출산 사회에 이르러 외국인 노동자들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우리나라에 외국인 노동자가 들어오는 건 무슨 뜻일까요? 자국 사람들은 3D업종 등의 직업을 더 이상 안 하겠다는 뜻이지요. 인력을 구할 수가 없는 형편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들은 상품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써먹고 쓰레기처럼 버릴 수는 없습니다."

고 전태일 분신사건 이듬해인 71년 그는 김수환 추기경의 도움으로 천주교 서울대교구에 노동사목위원회를 설립했다. 당시 그의 거주체류증에는 ‘반정부 선교사’란 말과 빨간색 두 줄이 그어져 있었다. "유신시절에는 중앙정보부 요원들이 차에 태워 몇 시간씩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물어보며 겁을 주기도 했지요. 연금도 많이 당했구요."그는 현 한국 노동운동에 대해서도 "지금 근로자의 노조가입 비율이 12% 밖에 안되는 데도 이를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고 따끔하게 조언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