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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아카데미 시상식/‘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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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아카데미 시상식/‘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날

입력
2005.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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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밀리언 달러 베이비’(Million Dollar Baby)의 잔치였다.

28일(한국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코닥극장에서 열린 제77회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30대 여성 복서와 늙은 트레이너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작품상, 감독상(클린트 이스트우드), 여우주연상(힐러리 스왱크), 남우조연상(모건 프리먼) 등 주요 4개 부문을 휩쓸었다.

활약이 예상됐던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영화 '에비에이터'는 총 5개 부문에서 수상, 트로피 수에서는 '밀리언 달러 베이비'를 앞섰지만 여우 조연상을 제외한 주요 부문의 수상에는 실패했다. 이로써 소외 받는 캐릭터를 사랑하는 아카데미의 성향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 됐다.

올해로 74세인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최고령 감독상 수상자로 기록됐다. 1992년 '용서받지 못한 자'로 이미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바 있는 그는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이 자리에는 올해 96세인 어머니가 함께 계신다. 재능을 물려 주신 것에 감사 드린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노장임을 의식한 듯 "아직도 나는 아이라고 생각한다. 할 일이 많다"고 강조해 지치지 않는 창작욕을 내비쳤다.

여성 복서로 열연, 여우주연상을 가져 간 힐러리 스왱크는 두 차례 노미네이션에 두 차례 모두 수상하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2000년 ‘소년은 울지 않는다’의 소름 끼치는 남장여인 연기로 여우 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는 그녀는 "제가 무슨 착한 일을 많이 해 이렇게 상을 주는 지 모르겠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스왱크 외에도 비비안 리, 샐리 필드, 루이스 라이너 등이 2번 도전해 모두 수상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영화 ‘레이’에서 소울의 황제 레이 찰스의 영혼까지 그려낸 명연기로 남우 주연상을 수상한 제이미 폭스는 "연기를 처음 가르쳐 준 할머니가 이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다"며 자신을 길러준 할머니 생각에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모건 프리먼도 4수 끝에 남우조연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71년 데뷔했으나 늘 아카데미와 거리가 멀었던 그는 매우 감격한 듯, 시상식 내내 트로피를 꼭 쥐고 있었다. ‘에비에이터’ 팀에서는 명배우 캐서린 헵번 역으로 열연한 케이트 블란체가 여우조연상을 수상해 체면을 세웠다.

지난 해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이 무려 11개 부문에서 수상한 것과 달리 올해는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작품이 없는 터라, 아카데미 영화제는 저조한 시청률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진행자에 젊은 코미디언 크리스 록을 내세운 것도 시청률을 의식한 결과다. ‘비버리 힐스 캅 2’로 영화에 데뷔해, NBC 방송의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로 스타덤에 오른 그는 "할리우드는 미국 이외의 이야기는 모른다" "시상식은 바보 같은 짓"이라는 등 젊은 층에 호소하는 통쾌하고도 재치 있는 말투로 시종일관 객석을 이끌었다. 영화제 측은 재미를 위해 몇몇 상의 경우, 후보를 모두 단상에 올라오게 해 수상자가 후보들의 축하를 받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 제이미 폭스·모건 프리먼 남우주연·조연 동시 영예

올해 아카데미상에 다시 ‘검은 돌풍’이 휘몰아 쳤다. 영화배우 겸 코미디언인 흑인 크리스 록이 영화제 사회를 맡고, 비욘세 등 흑인 가수가 주제가상 후보곡을 부른 것부터 심상치 않았다. 록은 영화제를 시작하며 "올해 네 명의 흑인이 아카데미상 후보에 지명됐다"고 말해 일찌감치 할리우드 ‘블랙 파워’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 기대감은 남우주연상·조연상으로 현실화됐다. 2002년 덴젤 워싱턴과 할리 베리가 남녀 주연배우상을 석권한 데 이어 흑인 배우들이 또 다시 새로운 역사를 만든 것이다.

흑인으로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은 제이미 폭스(38·사진 왼쪽)가 세 번째. 보수적이기로 ‘악명’ 높던 아카데미 심사위원단은 그 동안 유달리 유색인종 배우들에게 인색했다. 1963년 시드니 포이티어가 ‘들판의 백합’으로 처음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이래 2002년 ‘트레이닝 데이’로 덴젤 워싱턴이 상을 받기까지 아카데미의 문은 흑인들에게 39년간 굳게 닫혀있었다. 그리고 3년이라는 ‘짧은’ 햇수 만에 폭스에게 남우주연상의 영광이 돌아간 것은 급격히 올라가고 있는 흑인 배우의 위상을 보여준다.

레이 찰스를 흉내내며 수상 소감의 서두를 시작한 폭스는 "찰스의 꿈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며 "오프라 윈프리와 할리 베리 소개로 만난 시드니 포이티어가 ‘자네 연기를 한 번 봤네’라고 말을 하자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해 흑인들 특유의 연대의식을 과시했다.

모건 프리먼(68·사진 오른쪽)이 받은 조연상은 39년 여자배우 해티 맥다니엘(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수상이후 루이스 고세 주니어(1982년 ‘사관과 신사’) 덴젤 워싱턴(1989년 ‘글로리’) 우피 골드버그(1991년 ‘사랑과 영혼’) 쿠바 구딩 주니어(1997년 ‘제리 맥과이어’) 등이 수상해 상대적으로 흑인들에게 관대했던 부문.

그러나 프리먼이 골든글로브 뮤지컬·코미디 부문 남우 주연상(1990년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을 포함해 뉴욕비평가협회상 남우조연상(1987년 ‘스트리트 스마트’), 런던비평가협회상 남우조연상(1996년 ‘세븐’) 등 많은 상을 받았던 것에 비해 오스카가 그의 연기를 처음으로 인정해준 것은 좀 늦은 감이 있다. 프리먼은 시상식 무대 뒤에서 "흑인 배우 둘이 또 다시 오스카를 손에 쥔 것은 할리우드가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하며 "우리는 세계와 함께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 시상식 이모저모

한국인 최초의 아카데미상 수상이 점쳐졌던 ‘버스데이 보이’의 박세종 감독은 아쉽게도 수상에 실패했다. 최우수 단편 애니메이션상은 안드레 아놀드 감독의 ‘라이언’에게 돌아갔다.

아카데미와 관련한 희한한 인연들도 화제가 됐다. ‘에비에이터’로 아카데미 감독상에 다섯번째 도전했던 마틴 스코시즈 감독은 올 해도 트로피를 손에 넣지 못해 악연을 끊지 못했다. 이로써 그는 알프레드 히치콕, 로버트 알트만 감독과 함께 ‘5번 시도, 5번 실패’를 기록했다. 여우주연상 수상자인 힐러리 스왱크와 아네트 베닝의 묘한 인연도 화제에 올랐다. 2000년 ‘소년은 울지 않는다’와 ‘아메리칸 뷰티’로 여우주연상 경쟁을 펼쳤던 둘은 올해도 ‘줄리아 되기’와 ‘밀리언 달러 베이비’로 경쟁했다. 올해도 트로피는 힐러리 스왱크에게 돌아가 두 번이나 아네트 베닝을 울린 셈이 됐다.

섹시 R&B 가수 비욘세가 선보인 축하 무대는 단연 화제였다. 그녀는 주제가상 후보에 오른 프랑스영화 ‘코러스’의 ‘Vois Sur Ton Chemin’(Look To Your path)를 30여명의 어린이 합창단과 함께 불러 평소의 섹시한 모습과 다른 면모를 보여주었다. ‘허공에의 질주’ ‘패밀리 비즈니스’의 감독 시드니 루멧(81)이 받은 공로상은 알 파치노가 시상했다.

알 파치노는 루멧 감독의 ‘형사 서피코’ ‘뜨거운 오후’에 출연한 인연이 있다. 한편 참석자들은 지난 1월 세상을 뜬 명 토크쇼 진행자 자니 카슨을 추억하는 시간을 가졌다.

■ 수상 명단

▦작품상= ‘밀리언 달러 베이비’ ▦감독상= 클린트 이스트우드(‘밀리언 달러 베이비’) ▦남우주연상= 제이미 폭스(‘레이’) ▦여우주연상= 힐러리 스왱크(‘밀리언 달러 베이비’) ▦남우조연상= 모건 프리먼(‘밀리언 달러 베이비) ▦여우조연상= 케이트 블란체(‘에비에이터’) ▦각색상= ‘사이드 웨이’ ▦각본상= ‘이터널 선샤인’ ▦촬영상= 로버트 리처드슨(‘에비에이터’) ▦편집상= 셀마 슈메이커(‘에비에이터’) ▦장편 애니메이션상= ‘인크레더블’ ▦단편 애니메이션상= ‘라이언’ ▦미술감독상= ‘에비에이터’▦음향편집상= ‘인크레더블’ ▦사운드 믹싱상= ‘레이’ ▦시각효과상= ‘스파이더맨 2’▦의상디자인상= ‘에비에이터’ ▦분장상=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 ▦작곡상= ‘네버랜드를 찾아서’ ▦주제가상= ‘Al Otro Lado Del Rio’(‘모터사이클 다이어리’) ▦장편 다큐멘터리상= ‘본 인투 브라델스’ ▦단편 다큐멘터리상= ‘마이티 타임스’ ▦외국어영화상= ‘씨 인사이드’(원제 ‘Mar Adentro’) ▦실사단편영화상= ‘WASP’ ▦평생공로상= 시드니 루멧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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