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이 재직 14년 동안 기거하던 곳은 엘리제궁이 아니었다. 파리 시내 아파트에서 정부 안느 팽조와 딸 마자린 팽조(30)와 함께 남의 눈을 피해 살았다. 마자린은 곧 출간할 책 ‘함구’에서 국가적 비밀이었던 이 같은 사실을 포함, 공식적으로 "아빠"라고 부를 수 없었던 미테랑과의 19년을 소상히 털어놓는다.
언론에 미리 공개된 책의 일부분에서 마자린은 "나는 공식적으로 아버지가 없었다. 학교 친구들은 우리집, 나의 저녁시간, 주말, %방학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가족 모두가 침묵의 협약에 가입한 것이 분명했다"고 적었다. 마자린의 존재가 알려진 것은 1994년 파리 마치지가 아버지와 함께 파리의 식당을 나서는 사진을 보도하면서다. 그리고 2년 후 마자린은 미테랑의 장례식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마자린은 자신의 가정 생활이 강요된 익명성과 혈연의 끈끈함이 어우러진 이상한 것이다고 술회했다. 그가 다른 아이들과 같은 어린 시절을 보내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처음 깨닫게 된 것은 미테랑이 81년 대통령에 당선돼 TV화면에 나왔을 때였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모순된 정서’를 드러냈을 때였다. 대통령이 당연히 부인과 함께 살고 있다고 프랑스 국민들이 생각할 때 그는 팽조의 아파트에서 대부분의 밤을 보냈다. 마자린은 "박물관 큐레이터였던 엄마가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면 아빠는 차로 엘리제궁으로 향했고 나는 학교로 갔다" 고 적었다.
마자린은 가끔 남의 눈에 띄지 않게 관용차 안에 납작 엎드려서 엘리제궁으로 가 정원사나 요리사, 비번 직원 등 전면에 드러나지않는 사람들과 어울렸다. 그는 또 아빠의 죽음이 이복 형제인 장 크리스토프, 질베르와 친교를 맺는 계기가 됐다고 썼다. 시신 운구 군용기 안에서 ‘주저하면서 어색한 유대’를 맺게 됐다는 것이다. 마자린은 "비행기에서 내렸을 때 서로 다른 어머니에게 돌아갈 것이었지만 그 이상한 장소에서 우리는 한 사람의 자식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파리 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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