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연기에 대해 좀 알 것 같아요."
스무 해를 연기로 살아온 중견배우가 이렇게 말하면 분명 겸손의 표현일 터. 하지만 그저 꾸민 말은 아닌 듯하다. SBS 금요드라마 ‘사랑공감’(극본 최윤정, 연출 정세호)에서 사랑 없는 남편을 10년 넘게 해바라기 해온 지숙의 아픔이 시청자들의 진한 공감을 끌어내고 있는 것은, 욕심을 비웠기에 더 절절하게 다가오는 견미리(41)의 연기 덕분이다.
"너무 아파서 더는 당신 숨소리도 못 듣겠어. 당신 숨소리가 내 심장을 타버리게 해. 10년을 봐온 당신 뒷모습 때문에 내 눈물이 너무 뜨거워. 헤어지자. 우리 이제 그만 헤어지자."
지숙이 치영(전광렬)에게 이혼을 요구하며 하는 말이다. 시청자들이 명장면, 명대사로 꼽는 이 대목에서 견미리는 그야말로 눈물‘범벅’이 됐다. "예전엔 여배우는 우는 모습도 예뻐야 한다고 생각했죠. 오히려 지저분하게 흐르는 눈물에 더 많은 분들이 공감하는 것 같아요."
‘대사와 몸짓 하나에도 지숙의 아픔이 묻어난다’는 시청자 평처럼, 그는 요즘 지숙 역에 푹 빠져 산다. 1년 전 ‘대장금’에서 악역 최상궁을 맡았을 당시 당당하던 모습은 간데 없이 수척해 보이기까E지 했다. "이상하게 즐거운 일이 하나도 없네요. 대본만 봐도 눈물이 나고."
이혼을 강행하던 지숙은 남편이 첫사랑 희수(이미숙)에게 언제든 갈 수 있도록 불임시술을 하고 살았다는 걸 알고 마음을 바꾼다. 그는 "결말은 아직 알 수 없지만 지숙이 복수심보다는 남편을 향한 큰 사랑을 보여줄 거라고 한다"고 귀띔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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