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내로라 하는 미술품 콜렉션을 자랑하는 삼성미술관 리움과 충남 천안시 아라리오갤러리가 나란히 3월 초에 세계 정상급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갤러리 내부에 작품을 가두는 게 아니라 외부에 설치, 전시관람객이 아니어도 명품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서 더욱 반가운 소식이다.
우선 리움은 진입로와 출입구에 일본 설치작가 미야지마 다츠오(宮島達男·48)의 LED(발광다이오드) 작품 ‘경계를 넘어서’를 설치, 3월 2일부터 공개한다. 미술관 가는 길을 안내하듯 진입로부터 쭉 이어지며 바닥에서 1부터 9까지의 숫자가 끊임없이 깜빡이는 지름 23㎝ 혹은 34㎝짜리 원형 LED 숫자판 40개가 바로 그의 작품이다.
미야지마는 LED라는 첨단테크놀로지와 동양의 생명사상을 접목한 작품으로 199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작가이다. 0을 제외하고 1에서 9까지의 숫자가 차례로 점멸하는, 그의 ‘카운트장치’는 생(生)과 사(死)를 넘나드는 생명의 에너지를 형상화한 것이다.
미야지마는 작품 설치를 위해 27일 워크숍도 가졌다. "남·북의 분단으로 인한 구획을 초월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는 작가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꼬마와 농사를 짓는 60대 노인, 출산 예정일을 한달 남긴 임신부, 중국 하얼빈 출신의 재중동포 등 일반인 40명과 함께 이 작품을 완성하는 자리였다.
LED숫자가 바뀌려면 짧게는 0.1초 길게는 2초가 걸리는데, 40개 LED판 각각의 점멸 속도는 참가자에 따라 다르게 결정됐다. "사람마다 생명의 리듬이 다르기 때문에 각각 자신만의 시간으로 자유롭게 리듬을 설정함으로써, ‘열린’ 작품이 될 것"이라는 게 작가의 의도. "뱃속의 아이가 빨리 세상의 빛을 보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속도를 빠르게 조정했다"는 오지은(32)씨 등 대부분이 빠른 속도로 설정하는 것을 지켜보고 작가는 "한국 사람들은 스피드를 중요시하는 모양"이라고 덧붙였다. 작품 제작을 의뢰한 리움이 남산 자락에 위치한 지리적 여건을 고려해 LED숫자 색을 남산의 자연을 상징하는 에머랄드빛으로 했다.
‘경계를 넘어서’는 앞으로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 입구까지 뻗어나갈 계획이다. 관람예약제 실시로 문턱이 높은 리움에서 유일하게 아무런 제약 없이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인 셈이다.
아라리오갤러리는 영국 현대미술의 간판주자 ‘컬트조각가’ 데미안 허스트(40)의 ‘채리티(Charity)’를 3월4일 로버트 인디애나, 키스 헤링 등의 작품이 있는 야외 조각광장에 설치한다. 높이 685.8㎝ 지름 243.8㎝의 브론즈 조각 ‘채리티’는 해진 옷차림에 다리가 부러진 채로 자선모금상자를 들고 있는 누추한 소녀 이미지를 통해 자선을 외면하는 사회 현실을 비꼬는 작품. 작품 가격이 200만 달러에 달하는데다 작년 5월 영국 런던의 미술품 보관창고 모마트의 화재 당시 손상 여부에 관심이 쏠리며 유명해졌다.
문향란기자 iami@h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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