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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 노년에 딴 면허 "5년째 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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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 노년에 딴 면허 "5년째 초보"

입력
2005.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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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가까이 집에서 도보로 10여분 거리의 직장을 다녀 운전의 필요를 별로 느끼지 못했다. 또 한때 병원 옆에서 살면서 실려오는 교통사고 사상자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는 의욕을 잃었던 것이 계기가 돼 운전을 정년퇴임 후까지 미루게 됐다.

시간 여유도 생기고 자식들의 권유로 자동차운전전문학원을 등록했다. 운전교육을 안내 받고 적성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아 가자 담당 여직원이 "할아버지, 이제 와서 이걸 해서 뭘 하게요"라고 반문했다. 노인은 그저 무력하고 무능한 존재로 인식돼 있는 사실이 못내 아쉬웠다.

필기시험을 위해 일주일 동안 교재 2종을 집중적으로 읽고 문제를 반복해 풀었다. 자동차 구조분야는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다른 분야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그렇게 필기시험에 응시, 그 날 최고령 합격자가 돼 격려의 박수를 받기까지 했다. 이튿날부터는 진짜 운전연습에 들어갔다. 학원에서 간단한 안내를 받고 여강사가 지도하는 자동차에 동승했다. 몇 바퀴 연습코스를 도는 운행시범을 보이고는 곧바로 내게 핸들을 잡게 했다. 불안하고 자신이 없어 포기하고 싶었지만 예까지 와서 중단할 수도 없었다.

이틀째 되는 날 양쪽 발로 브레이크 페달과 가속기 페달을 나눠 밟는 게 잘못이란 걸 알았다. 강사한테 크게 지적당했다. 그 동안 노둔해져서 진도가 늦자 강사는 대뜸 "할아버지, 자전거 타본 경험이 있어요" 하고 묻더니 "자전거 타는 원리와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어쨌든 어려운 과정을 거쳐 운전면허를 땄을 때 느낀 그 성취감이란 체험하기 전엔 결코 알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핸들을 잡은 것이 벌써 5년이다.

하지만 운전할 기회가 많지 않아 실제 운전은 여전히 미숙하다. 원거리 운행을 주저하고, 후진에 자신이 없어 아내의 도움을 받아 출발과 주차를 하고 있다. ‘초보운전’ 표지판을 계속 달고 다니면서 다른 차들의 보호와 양보도 받고 있다. 가족들은 표지판을 떼자고 성화다. 처음 핸들을 잡던 그날 그 초심으로, 늘 얼음판 위를 조심스레 걷는 심경으로 신운(愼運)하고 싶다.

박동규·영북노인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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