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칼럼 ‘오늘’을 오늘로 끝낸다. 첫 칼럼 ‘추축국’이 나간 것이 2000년 11월1일이니, 꼭 4년 4개월 만이다. 부러 맞추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이 칼럼과 함께한 세월의 길이가 숫자 4와 인연을 맺은 것이 상쾌하다. 안정과 완성을 상징하는 이 숫자를 기자가 좋아하기 때문이다. 넷이라는 수사는 계절과 세계, 곧 시간과 공간을 표상한다. 한 해는 네 계절로 이뤄져 있고, 세계는 전·후·좌·우 넷으로 이뤄져 있다. 넷은 사지(四肢)에서 보듯 육체의 온전함을 상징하고, 사원소(四元素)에서 보듯 물질계의 고갱이를 아우르며, 사방(四方: 동서남북)에서 보듯 대지의 전체를 포괄한다.
이 칼럼을 오늘로 마무리하게 된 것은 기자의 신상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기자는 내일부터 ‘출근하는 직장인’의 멍에와 명예에서 벗어나려 한다. 그러나 한국일보를 아주 떠나는 것은 아니다. 25세에 첫 직장을 잡은 이래 그간 배운 것이라고는 신문사 주위에서 얼쩡거리는 재주밖에 없는 터라, 게다가 40대 후반에 일체의 생업을 놓아도 괜찮을 만큼 팔자가 좋지는 않은 터라, 앞으로도 한국일보사 근처를 얼쩡거리며, 한국일보 지면의 한 귀퉁이를 채우며, 노동답지 않은 노동으로 밥벌이를 이어나가게 될 것 같다. 그러니 ‘오늘’을 계속 쓰자면 못 쓸 것도 없겠지만, ‘작업 환경 변화’를 핑계 삼아 이만 이 일에서 손을 놓으려 한다.
지금까지 ‘오늘’ 칼럼을 읽어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 드린다. 격려해주신 분들만이 아니라 태평양 너머에서 욕설 메일을 보내주신 분들도 이 칼럼을 매일 쓸 수 있게 이끌어주신 은인들이었다. 망설임 끝에 오늘 고별 인사를 드리게 되긴 했지만, 본디 오늘자 이 난은 이렇게 시작될 예정이었다. "1973년 2월28일 태백선의 고한역과 추전역 사이에 자리잡은 한국 최장의 터널 정암(淨巖)터널이 개통됐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