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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국정연설/ 무슨 내용 담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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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국정연설/ 무슨 내용 담았나

입력
2005.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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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국정 연설 스타일은 ‘달라지는 대통령’을 실감케 했다. 눈꺼풀 수술 때문에 안경을 쓰고 나타난 노 대통령은 달라진 외모만큼이나 예전과 다른 부드러운 톤으로 연설을 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과거사 문제 등 일부 현안에서는 당초의 소신을 그대로 지키면서도 시민사회단체를 상대로 쓴 소리도 하는 등 실용주의로 기울고 있는 기류를 엿보이게 했다.

■ 북핵과 韓美관계/ 韓·美동맹 불변 강조속 "할말은 할 것"

노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 대해‘일희일비할 일이 아니라 일관된 원칙에 따라 차분히 대처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최근 북한이 핵무기 보유 및 6자회담 무기한 불참 선언을 한 데 이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조건부 6자회담 참여’ 입장을 밝힌 데 대해 노 대통령은 구체적 대응을 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6자회담 재개를 통한 북핵 문제의 해결 원칙을 고수하되 북한의 전략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언급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는 "지금 한미 관계는 어느 때보다 안정돼 있다"며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저는 외교 당국자들에게 (미국에) 할 말을 하고 따질 것은 따지라고 한다"고 말해 한미 관계의 균형적 발전 필요성을 강조했다.

■ 선거제도 개혁/ "의원 늘려서라도…" 지역구도 극복 의지

노 대통령은 "지난 총선에서 각 당이 불리한 지역에서 받은 득표는 의석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의원 수를 늘려서라도 지역구도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2003년 12월 국회에 전달한 서한을 통해 ▦ 중대선거구제 도입 ▦ 소선거구제 유지땐 권역별 비례대표제 ▦ 권역별 비례대표 의석 확대시 의원 정수 확대 등을 제시했었다. 한 선거구에서 3인 이상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나 정당 또는 후보의 득표율을 합쳐 그만큼 소속 정당 후보의 당선을 가능케 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지역구도를 완화할 수 있다는 게 노 대통령의 생각이다.

■ 과거사 규명/ "경제 시급해도 과거는 청산" 소신 고수

노 대통령은 아무리 경제 살리기가 시급하더라도 과거를 반드시 청산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경제도 어려운데 대통령이 갈등을 일으킨다는 비난이 있다"면서 "역사를 배우는 일이 당연한 일이라면 과거사를 있는 그대로 밝히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픈 상처가 남아 있는 일이라면 더욱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과거를 떨쳐버려야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언론 및 시민사회/ "언론 달라져…시민사회도 변해야" 쓴소리

노 대통령은 "지금 이 순간 적어도 권언유착은 해소된 것 같다"면서도 "선진 언론이 되기 위해 우리 언론은 좀 더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때 일부 언론이 독재권력의 나팔수 노릇을 하고 그 대가로 특권을 누렸던 시절이 있었다"면서도 "요즘 우리 언론이 많이 달라진 것 같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언론과 정권은 각각 제 갈 길을 가면서 건강한 긴장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정부·언론 관계의 변화를 나열했다. 노 대통령은 "타협 없이 자기 주장만 관철하려는 것은 비민주적 독선"이라며 "대화와 타협의 문화는 정치만이 아니라 시민사회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 향후 경제정책/ 경제위기 인정…경제인식 달라져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나타난 향후 경제정책 기조는 경제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부동산 가격 안정과 양극화 문제 해결에 주력하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대통령의 경제 인식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경제위기 상황을 솔직히 시인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 17대 국회 개원 연설 때 "이 시기 가장 중요한 것은 과장된 경제위기론을 잠재우는 것"이라며 위기론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국민 여러분, 지난 2년 얼마나 힘드셨습니까?"라며 집권 전반기 경제 부진에 대해 사실상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경제정책의 우선 순위는 ‘성장’보다 ‘균형발전’에 두겠다는 집권초기 원칙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우리 경제의 최우선 해결과제를 ‘양극화’로 지적한 것도 이 같은 의중을 반영하는 것이다. 특히 부동산 가격안정과 투기 근절을 위해서는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임대주택정책을 전면 재검토해 상반기 중에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힌 점도 눈에 띈다. 임대아파트 의무공급을 골자로 하는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제가 5월부터 시행 예정인 것을 감안하면 이를 뛰어 넘는 종합적인 임대주택정책이 마련되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재경부 관계자는 "건교부 장관 등 관계 장관들을 중심으로 임대주택 활성화방안을 검토해 다음주쯤 국무회의나 경제정책조정회의에 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내수회복의 화급성을 의식해서인지 노 대통령은 "부동산투기와 건설경기는 별개의 문제"라며 건설경기를 살려나가겠다는 약속을 덧붙였다. 그러나 투기를 억제하면서 동시에 건설경기 활성화를 병행해나가는 난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설명이 부족했다.

노 대통령은 선진경제 진입을 위한 장기과제로 기업지원 서비스와 레저·문화산업,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 선진통상국가로의 도약 등을 제시했다. 특히 "금융의 수준이 높아져야 기업의 수준도 높아진다"며 "담보보다는 기술력과 신용도에 따라 자금이 배분되도록 평가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말하는 등 금융산업 발전 필요성을 역설해 눈길을 끌었다.

또 올 상반기 중 문화·관광·레저 서비스산업 육성에 대한 종합적인 청사진을 제시하겠다고 밝혔으며, "우리 경제의 체질이 개방의 충격을 충분히 감당할 만한 저항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해 적극적인 경제 개방정책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

정영오기자 young

■ "선진한국 용어 로열티 낼것" 조크에 野도 웃음

노무현 대통령의 25일 국회 국정연설에선 ‘선진한국’때문에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 사이에 잠시나마, 모처럼 화기(和氣)가 흘렀다.

연설에 앞서 노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국회 의장실에서 환담하며 선진한국이라는 용어의 저작권을 놓고 덕담을 주고 받더니, 연설에선 노 대통령이 원고에도 없던 ‘한나라당에 대한 로열티 지급’발언을 해 본회의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먼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노 대통령이 새해 국정운영의 화두로 제시한 선진한국을 거론하며 "한나라당이 지난해 세미나도 열고 토론을 해서 주장한 것인데 이렇게 말씀해주셔서 기쁘게 생각한다"며 당이 저작권을 갖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주장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먼저 말해 죄송하다. 좋은 생각은 다 비슷해지는 것 같다. 같이 쓰고 선진한국 만들어나가자"며 화답했다.

노 대통령은 또 "사실관계가 인정되면 로열티를 지급하겠다"며 "선진한국이 한나라당의 정강 정책이라면 대통령에게 입당교섭을 한번 해보라"고 농담을 건넸고,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환한 표정을 지으며 "긴급히 회의해서 검토해봐야 할 사안"이라고 장단을 맞추었다.

노 대통령은 이에 그치지 않고 연설 말미에 "지금 한나라당에서는 선진한국을 대통령이 표절했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며 "제가 과문해서 미처 몰랐던 것은 사실이지만, 한나라당과 우리의 생각이 우연히 일치해 선진한국 개념을 함께 사용하게 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 대통령이 "사실에 관한 증명자료를 제출해 주시면 로열티를 지불하는 방향으로 연구 검토하겠다"고 말하자, 박수에 인색했던 한나라당 의석에서도 웃음이 터져 나왔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 한나라 "아무런 내용없어"/ 우리당 "현안에 해법제시"

한나라당은 25일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국회연설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아무 내용이 없는 연설"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박근혜 대표는 "나라의 당면과제인 북핵 문제에 대한 해법을 밝히지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북핵과 경제난에 대한 노 대통령의 시각이 안이했다"고 했고, 김무성 사무총장도 "이런 연설을 하려면 대통령이 뭣하러 국회까지 왔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꼬았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선거구제 개편 언급에는 예민하게 반응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역간 골이 깊어진 건 선거제도 때문이 아닌데, 진단이 잘못되니 처방도 잘못 내려졌다"고 지적했고, 전여옥 대변인은 "영남권을 겨냥한 판 흔들기"라고 비판했다.

민노당 심상정 수석부대표는 "대통령의 희망과 국민들의 절망 사이엔 확실한 갭이 있다"며 낮은 점수를 주었다.

반면 우리당은 "양극화 해소와 북핵 문제 대처 등에 대한 해법 제시로 국민 신뢰를 얻는 계기가 됐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김현미 대변인은 "지난 2년의 성과와 미흡한 점을 솔직하게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했다"고 평가했고, 임종석 대변인도 "고통 받는 국민들에 대한 위로와 대통령의 겸손한 자신감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최문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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