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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예주-권혁주/ 누가 파가니니를 웃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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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예주-권혁주/ 누가 파가니니를 웃게 할 것인가

입력
2005.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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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가니니(1782~1840)가 작곡한 ‘24개의 카프리치오’는 바이올리니스트가 구사할 수 있는 기교의 극한을 요구하는 난곡 중의 난곡이다.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이기도 했던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솜씨는 어찌나 뛰어났는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이 곡은 파가니니의 그 귀신 같은 솜씨를 따를 것을 요구한다. 슈만은 이 곡을 ‘기교의 정점’이라고 불렀다. 워낙 연주하기 힘든 곡이라서, 전곡 연주는 엄두조차 내기 어려워 보통 몇 곡만 골라서 연주하곤 한다.

그런데 이 작품 전곡으로 공교롭게도 같은 날 같은 시간, 서로 다른 곳에서 한국 바이올린의 두 유망주가 독주회를 한다. 3월 4일 오후 8시, 17세 소녀 우예주는 호암아트홀에서, 20세 청년 권혁주는 금호아트홀에서 연주한다. 어디로 갈 것인가. 더욱 고민스러운 것은 두 사람 모두 지난해 같은 프로그램으로 미국과 러시아에서 독주회를 해서 격찬을 받았기 때문이다.

모스크바의 차이코프스키음악원 학생인 권혁주는 지난해 3월 교내 볼쇼이 홀에서 이 작품의 전곡을 연주했다. 이는 모스크바에서도 러시아 바이올린의 전설적 거장인 레오니드 코간의 1964년 공연 이후 처음이었는데, "코간 이후 최고의 연주"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는 금호문화재단이 일찌감치 음악영재로 발굴해서 지원하고 있는 연주자. 유럽과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그동안 한국에서 몇차례 독주와 협연을 해서 뛰어난 기량을 드러낸 바 있다. 1997년 러시아에서 열린 제 3회 차이코프스키 청소년 국제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했고, 2004년 덴마크의 칼 닐센 바이올린 콩쿠르에서는 우승과 함께 덴마크 작곡가 작품 특별상, 젊은이 인기상까지 받았다. 독주회에 맞춰 그의 독주 음반도 유니버설 레이블로 나온다. 슈만과 라벨의 소나타, 제 3회 얌폴스키 콩쿠르에서 최고 연주자 상을 거머쥐게 만든 멘델스존의 ‘론도 카프리치오소’를 소품들과 함께 수록했다.

우예주는 지난해 6월 뉴욕 카네기홀 아이작 스턴 홀에서 같은 프로그램으로 7차례 커튼콜을 받았다. 청중들은 흥분했고 공연이 끝나고도 자리를 뜰 줄 몰랐다. 이 공연의 성공으로 유엔의 초청을 받아 유니세프 모임에서 연주하기도 했다. 카네기 홀 사상 최연소 데뷔였던 그 무대는 그렇게 ‘대형 사건’으로 남았다.

우예주는 이미 열 한 살 때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협주곡을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연주해 전원 기립박수를 받았다. 현재 미국 맨해튼음대 예비학교에 다니고 있는 그는 2002년 한국에서 비공식적인 작은 음악회를 했을 뿐, 이번 독주회가 공식 데뷔다. 당시 우예주를 위해 자리를 마련했던, 만화가 겸 음악 칼럼니스트 신동헌은 우예주의 뛰어난 기교와 음악적 카리스마에 반해 ‘마녀’라고 했다. 그는 이번 공연에 맞춰 26일 우예주 고향 춘천에서 발족하는 ‘우예주후원회’ 회장직까지 기꺼이 맡았다.

문의 ▦권혁주 독주회 (02)6303-1919 ▦우예주 독주회 (02)720-0674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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