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치러진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제32대 이사장 선거에서 문효치(62) 시인이 당선됐다. 취임은 3월이며 임기는 4년이다. 하지만 선거 절차의 공정성 등을 둘러싸고 잡음이 적지 않다. 자칫 법적 다툼으로 비화할 움직임도 일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당선자인 문씨와 한국시인협회장을 지낸 이근배(65) 시인이 경합했다. 낙선자측은 회원들의 우편투표로 이뤄지는 이번 선거에서 검인 날인이 안된 투표용지가 사용됐고, 현 이사장(성기조 시인)이 선거관리리위원장을 겸임한 점 등을 들어 적법성과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한 관계자는 "선거 결과에 승복할 수 없으며, 문단 원로 등과 상의한 뒤 소송 등 구체적인 대응 방침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성 이사장은 "내부 선거관리규정 등이 정한 절차에 따라 아무 하자 없이 치러진 선거"라며 이들의 항의를 일축했다.
이번 갈등은 펜클럽의 위상과 성격을 둘러싼 해묵은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있다. 이근배 시인측은 한국 펜클럽의 문단 위상이 근년 들어 크게 위축됐고, 그 원인 및 결과로 중진·중견 회원들의 탈퇴나 회비 미납에 따른 자격정지 사례가 많았던 만큼 대폭적인 개혁과 중흥의 계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시인은 "펜클럽의 이미지가 문단의 마이너리그로 굳어져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탈퇴 및 자격정지 회원들의 복권 조치 등을 이번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현 집행부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현재 회원수가 2,000여명에 이르고 이 가운데 1,200여 명이 회비를 내고 있는 만큼 조직 운영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만일 조직 운영상의 불만이 있거나 위상 강화의 필요성을 느끼는 문인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해 활동하면 되는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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