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맞아 국회에서 행한 국정연설은 지난 2년에 대한 반성과 남은 임기에 대한 새로운 다짐을 밝힌 것으로 받아들인다.
노 대통령은 “그야말로 파란만장의 2년이었다”고 회고하면서 “많이 느끼고 많이 배웠다”고 말했는데, 이는 노 대통령 혼자만의 심정이 아닐 것이다.
그 파란만장 속에 올바른 변화도 있었지만 갈등 분열 대립 반목이 휩쓸었던 소란과 혼돈의 시간이 대부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 사회가 함께 겪었던 고통의 시기를 교훈과 성찰로 돌아보지 못한다면 기다리는 것은 퇴보와 몰락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노 대통령이 “지난 날의 경험이 남은 3년의 국정을 보다 성숙하게 꾸려갈 수 있는 역량의 밑거름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고 한 것은 3년 차의 임기를 맞아 지친 국민을 다독이고 국정을 한 차원 높여 이끌겠다는 의지이자 각오로 읽는다.
이런 연설을 국회에 나와서 하면서, 농담과 박수를 주고 받으며, 여야 정당들에 대한 덕담으로 마무리하는 장면들이 극한 충돌과 정쟁을 뒤로 하고 생산과 상생의 정치로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갈라져 대립하는 동안 경제는 가라앉고, 각 분야의 양극화는 심화했으며, 서민의 생활고는 더 깊어졌다. 어떤 고상한 명분과 변명도 국민의 삶이 피폐해진 결과에 대해 설득력을 가질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성적표가 30%대를 못 벗어나는 정권의 지지도로 표출되고, ‘잃어버린 2년’이라는 혹평으로 표현되는 것 아니겠는가.
노 대통령 연설에 대해 ‘알맹이가 없다’는 평가도 있다지만 과거와 달리 호전적이고 공격적인 언사가 없었다는 점만으로도 대통령의 변화를 엿보려 한다. 그만큼 반성해야 할 지난 일들이 많았다는 얘기다.
노 대통령은 ‘선진한국’을 내걸었다. 국민에겐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이를 실증하고 이끌 책임은 노 대통령에게 있다.
5년 단임제 대통령이 이 과제를 실현하는 데 올해는 가장 중요한 해이다. 도식적인 이분법이나 투쟁 방식의 틀을 버리고 화합과 포용, 통합의 정신으로 사고와 국정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 훗날 ‘잃어버린 5년’이란 말이 나와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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