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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나는 어떻게 바보가 되었나-아는 것이 괴롭다…한 지식인의‘지성 탈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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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나는 어떻게 바보가 되었나-아는 것이 괴롭다…한 지식인의‘지성 탈출기’

입력
2005.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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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가끔 강의도 하지만 정부가 주는 최저생계비로 살아가는 25세 청년 앙투안. 그는 이 사회와 조화하지 못해 괴롭다. 그가 겪는 고통은 가령 이런 양상이다. ‘다국적 기업이 아시아 등지의 공장에서 어린 아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쇼핑할 때 원산지를 일일이 확인하고, 자신의 상상력과 무의식에 공격을 가하는 광고상품은 일체 안 산다. ‘맥도날드’는 자본 제국주의의 소굴이고, 생활패턴의 획일화를 상징하는 곳이다. 거기서 감자튀김을 먹게 된다면 ‘감자의 피로 얼룩진 역사, 아스텍 문명이 그 이름을 얻기 위해 희생시킨 사람들을 떠올리게’ 된다.

이쯤 되면 프랑스 젊은 소설가 마르탱 파즈가 소설 ‘나는 어떻게 바보가 되었는가’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대충 감지되지 않는가. 바로 현대사회와 욕망의 이데올로기, 또 그 독에 취해 무한 질주하는 현대인에 대한 풍자이고 조롱이다. 하지만 작가는 강박적 지식인 앙투안을 앞세워 시종 능청의 긴장을 풀지 않는다.

지성으로 하여 불행해진 앙투안에게 ‘지성이란 잘 설계되고 멋있게 발음되는 어리석음’일 뿐이다.‘지성은 이중의 악이다. 그것은 고통을 주는 데도 아무도 그것을 질병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그는 지성으로부터의 탈출을 위해 알코올 중독자가 되려고도 해보고, 자살 강의를 듣기도 하고, 의사에게 대뇌의 인지영역을 제거해달라고 청하기도 하지만 모두 실패한다. 결국 그는 의사가 처방한 신경안정제의 힘을 빌어 ‘태풍의 눈’ 즉 ‘평온하지만 가장 무시무시한 태풍에 둘러싸인’ ‘외롭고 저주받은 둥지’를 떠나기로 한다.

과연 앙투안의 타협적 행복은 지속될까. 구약성경 전도서가 전하는 ‘학문을 쌓을수록 고통도 쌓여간다’는 가르침은 과연 옳은 것일까. 의뭉스럽게도, 작가는 그 해답마저 독자에게 맡겨버린다. 그래도 그가 밉지 않은 것은 앙투안의 꿈이 매력적인 까닭이고, 그 꿈의 교사자인 세상의 부조리가 미운 까닭이며, "아직 나의 청춘(꿈)이 다하지 않은 까닭"일 것이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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