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허가와 관리에서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객원연구원 이형기(41·사진) UC샌프란시스코 조교수가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의 문제점을 비판한 ‘FDA vs 식약청’(청년의사 발행)을 냈다.
그가 주로 문제 삼은 것은 지난해 감기약 파동. 주역은 ‘페닐프로판올아민(PPA)’이다. 비강출혈 완화, 식욕 억제, 교감신경 항진 등에 쓰는 이 약제가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식약청이 국내 판매중지하면서 일대 소동이 일어났다. "많은 사람들이 식약청의 신중하지 못한 홍보를 문제 삼았지만 사태의 본질은 식약청이 적절한 규제과학(의약품 허가에서 심의에 활용하는 지식)의 원칙을 이해하지 못했고, 업무의 중심을 환자 중심이 아니라 약학의 제품을 중심에 뒀다는 겁니다." 덧붙여 그는 "제약기업의 안위와 국민건강보호를 같은 선상에 올려 놓고 상황에 따라 적당히 선택하는 식약청의 잘못된 사명인식도 한몫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늘날 FDA가 의약품 허가와 안전성 관리에서 정상에 우뚝 선 것은 "자율성을 보장 받았기 때문도, FDA를 정치적인 희생양으로 삼으려고 달려드는 집단이 없었기 때문도 아니다"라고 말한다. "규제과학이 정립된 뒤부터 15년 동안 과학적인 원칙에다 투명한 심사 절차, 단순한 규제기관에서 과학기관으로, 다시 공중보건기관으로 거듭나면서 실력과 권위를 쌓아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무조건 FDA를 따라 해야 좋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그는 "우리 식약청은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으로 자율성을 제한 받는 상황에서 대안으로 ‘삼자심의’(독립된 비정부기관으로 심의기구를 구성하고 의약품허가신청자료 중 임상자료의 심의를 위임하는 것)를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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