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의도는 돈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몇몇 중진이나 부자 의원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한 달 넘기기가 만만치 않은 처지다. 형편이 어려운 의원들은 숨통을 터주는 방향으로 정치자금법을 개정하기를 기대하지만 여론 때문에 제대로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열린우리당에 ‘적자형’ 의원들이 많았다. 수도권의 386세대 K의원은 4,000여만원짜리 반지하 전세집에 살고 있다. 지난 연말 돈을 아끼려고 의정보고서를 책자 대신 4쪽 타블로이드로 만들었다. 맞벌이를 하던 부인이 선거를 돕느라고 직장을 그만두었다가 다시 취업하려 하지만, "의원 사모님을 모시기 부담스럽다"는 거절만 들을 뿐이다. 이런 의원들의 생활은 ‘내핍형’이 될 수밖에 없다. 같은 당 또 다른 K의원은 의정보고서를 아예 내지 않고 본인의 활동상과 새해 인사를 적은 편지로 대신했다.
반면 적자이긴 하지만 견딜만하다는 ‘맷집형’도 있다. 대개 변호사 출신들이다. 변호사인 W의원은 매달 의원 직책당비 50만원, 시·도지부 직책당비 50만원, 연구모임 50만원 등 150만원을 낸다. 당 행사 때 내는 특별당비까지 합쳐 연 2,000여만원이 준조세로 나가지만 끄떡없다.
‘깡통 통장형’도 있다. 여당은 의원 세비 지급일(20일) 사흘 후에 직책당비를 세비통장에서 매월 자동이체로 인출한다. 그러나 잔고가 없어 지금까지 한 푼도 내지 않은 경우가 20여명에 달한다. 이들 대부분은 국회 농협에서 3,000만~5,000만원의 신용 대출을 받았다고 한다. 사정이 이러니 교사나 약사인 부인이 생계를 맡는 ‘온달형’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깡통통장형 중엔 당비를 안 내려고 세비를 다른 계좌로 이체시키는 얌체들도 있다.
한나라당 부산 초선 Y의원은 ‘짠돌이형’이다. 세비와 의원회관 운영비를 따로 통장으로 만들어, 세비에서 운영비가 나갈 수 없도록 원천 차단한다. 보좌진의 밥값도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고 개인이 내게 한다. 지역사무소도 국회에서 임금이 나가는 보좌진으로 운영하고 상가에 문상 갈 때도 자체 제작한 대형 조기를 들고 갔다 다시 걷어온다.
같은 당 비례대표 여성 K 의원은 ‘철면피형’에 가깝다. 명품으로 치장하고 다니기로 유명한 K의원은 세비가 모자란다며 회관 운영비를 직접 관리하면서 "자기 밥값은 자기가 내자"면서 보좌진들의 식권 구입비까지 따로 걷었다.
조경호기자 sooyang@hk.co.kr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