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35) 기아차 부사장이 기아차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섰다. 또 셋째 사위 신성재(37) 현대하이스코 부사장과 조카인 정일선(35) 비앤지(BNG)스틸(옛 삼미특수강) 부사장도 모두 사장으로 승진, 현대·기아차 그룹의 경영 후계 구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25일 현대하이스코 김원갑(53) 사장을 부회장으로, 기아차 정 부사장, 현대하이스코 신 부사장, 비앤지스틸 정 부사장을 각각 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정 회장의 둘째 사위인 정태영(45) 현대카드·캐피탈 사장은 2003년 10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정회장의 30~40대 아들, 사위, 조카 등이 주요 계열사 사장에 포진함에 따라 앞으로 현대·기아차 그룹의 세대 교체 및 3세 경영 구도가 조기에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 그룹 관계자는 "이번 사장단 인사는 그 동안의 경영 성과에 대한 평가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며 "그러나 급변하는 국내외 경영 환경과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 상황을 젊은 경영진이 책임을 지고 돌파해 달라는 것이 정 회장의 뜻"이라고 밝혔다.
고려대를 나와 1994년 현대정공(현대모비스의 전신)에 입사한 기아차 정 사장은 2003년 기아차 부사장이 된 뒤 기아차 재도약의 발판을 다지는 데 경영능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 사장은 1995년 현대정공으로 입사, 1998년 현대하이스코로 옮긴 뒤 지난해 한보철강 인수를 성공시켰다.
비앤지스틸 정 사장은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4남인 정몽우 전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장남이다. 정 사장은 1996년 현대차에 입사해 2000년 비앤지스틸로 옮겼으며, 법정관리상태였던 회사의 경영정상화에 기여했다.
재계에서는 정 사장이 최근 현대차 계열의 비상장 회사를 활용, 계열사 지분0을 적극 매입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이번 사장 승진을 계기로 사실상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 사장은 최근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던 물류 회사인 글로비스의 지분 25%를 매각한 뒤 기아차 지분 1%를 매입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계열 건설사인 엠코의 지분 25%를 사들였다. 엠코는 2~3년 후 상장이 추진되고 있다. 정 사장은 자동차 전자부품사인 본텍의 대주주로도 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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