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을 대거 증식한 고위공직자들의 ‘재테크 비결’은 단연 부동산이었다.
24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행정부 고위공직자 594명의 재산변동 내역을 살펴보면 재산 증식 상위 랭킹 20명 중 무려 12명이 토지매각 등 보유 부동산을 통해 거액을 벌어 들였다. 주식 등 유가증권으로 재산이 크게 늘어난 경우는 재산변동액 증가 랭킹 1위를 차지한 홍석조 인천지검장을 제외하면 상위 20명 중 전무하다.
주식백지신탁제 시행을 염두에 두고 공직자들이 보유 주식들을 미리 처분했기 때문에 부동산이 부각됐다는 해석도 있다. 상위 20명의 공직자 중 9명이 봉급을 저축해서 재산증식을 이뤘다고 밝힌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 부동산 = 김세호 건설교통부 차관은 서울 송파구 장지동 토지의 수용 보상액 덕분에 11억1,331만2,000원의 재산이 늘어났다고 신고했다. 김 차관은 공시지가로 6억3,000만원 하는 부인 소유 토지 매각으로 18억2,000만원을 받았다. 한준호 한국전력공사 사장도 본인 소유의 토지수용 보상금(11억4,888만3,000원)에 힘입어 9억50만7,000원의 부를 실현했다. 이헌재 부총리(4억7,268만1,000원)를 비롯해 기술신용보증기금 박봉수 이사장(6억158만원), 박세진 법제처 차장(5억6,691만1,000원), 신현택 여성부 차관(4억8,992만1,000원) 등이 모두 아파트 및 토지 매각 등 부동산으로 재산을 증식했다. 이 부총리의 경우 부인 명의의 토지를 팔아 공시지가와 실제 매각가의 차이로 10억원 이상의 이익이 발생했지만 실제 변동금액은 생활비와 대출금 상환 등으로 4억7,268만1,000원이 증가하는데 그쳤다고 신고했다.
행자부 관계자는 "재산변동 내역은 공직자 윤리위원회에서 심도있게 심사하고 내부자거래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며 "부동산 매각으로 차익이 많아진 것은 토지신고는 공시지가로 하지만 이를 팔았을 때는 실거래가인 현금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봉급 = 봉급을 저축해 억대의 재산을 증식했다고 신고한 공직자도 박종식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 등 9명이나 된다. 박 회장은 사업소득을 포함해 7억7,668만3,000원으로 재산증가 4위를 기록했고 박세진 법제처차장(8위), 이봉주 농업협동조합 감사(12위), 김근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14위), 방영민 금융감독원 감사(15위), 양천식 금융감독위부위원장(19위), 박상길 대검중앙수사부장(20위) 등도 봉급으로 부를 늘렸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상식적으로 봉급을 한푼도 쓰지 않고 모을 수가 있느냐"며 "다른 수입이 있지않을 경우 판공비로 생활하고 월급은 저축했다는 의혹을 받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검중수부장은 이번에 재산이 2억7,731만6,000원이 늘어나는데 그쳤으나 법무부 기획관리실장을 지내던 지난해 재산신고 때는 장인인 김성수 오양수산 회장이 물려준 예금 32억5,800만원 등을 합쳐 36억1,200만원이 증가해 재산증식 1위를 기록했었다.
재산이 2003년보다 줄었다고 신고한 147명의 공직자 중 랭킹 1위인 정휘영 감사원 감사위원은 모친 대출금 상속과 친지 대여금, 생활비 등으로 8억5,775만8,000원이 감소했다. 김인세 부산대총장은 본인 명의의 상가건물과 장남 명의퓽? 연립주택 매입으로 발생한 실거래가와 매입가의 차이로 6억3,743만2,000원이 줄어 감소자 2위를 기록했다.
양홍주기자yanghong@hk.co.kr
■ 盧대통령 5,816만원 ↑ 李총리 3,011만원 ↑
24일 고위공직자 재산변동 내역공개 결과 노무현 대통령의 재산은 지난 한해 봉급 저축으로 인해 5,816만8,000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2003년 말 6억7,668만7,000원이던 노 대통령 일가의 2004년 말 재산 총액은 7억3,485만5,000원에 이르게 됐다.
공개 내역에 따르면 지난해 노 대통령 재산은 1,860만4,000원, 부인 권양숙 여사의 재산은 1,992만1,000원 늘었다. 장남 건호씨 재산도 1,964만 3,000원 증가했다. 노 대통령의 경우 봉급 저축에 따른 은행예금 증가분이 7,006만 2,000원, 예금 감소분이 5,145만8,000원이었다. 노 대통령은 예금 감소분을 탄핵 사태 때 변호인단 선임비용과 생활비 등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탄핵 당시 법률대리인단 활동을 했던 10여명의 변호사들에게 500만원씩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수당을 포함한 총 1억9,400만원의 봉급 가운데 19.9%인 3,852만원 가량을 저축했다. 이는 2003년 봉급 가운데 1억 5,558만원을 저축했던 것에 비해 훨씬 적은 액수이다. 대기업 초년 사원인 노 대통령 장남이 1,964만여원을 저축한 게 눈길을 끈다.
한편 이해찬 총리의 경우 지난해 재산이 3,011만 3,000원이 늘어 재산 총액이 7억 7,086만원 2,000원에 이른다. 이 총리는 봉급 저축, 자신의 ‘체어맨’ 승용차 매각, 열린우리당 창당 비용 대여금 회수 등으로 재산이 늘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
■ 이헌재 경제부총리 "부인 덕에"
이헌재(사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재산이 1998년 금융감독위원장 시절 25억5,000여만원에서 작년말 현재 91억여원으로 크게 늘어나 경제수장다운 탁월한 재테크 실력을 보여줬다. 24일 공개된 행정부 고위공직자 재산변동 현황에 따르면 이 부총리는 지난 1년간 재산이 86억3,511만원에서 91억779만원으로 4억7,268만원이 증가, 공직자 가운데 10번째로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부총리는 지난 1년간 생활비와 대출금 상환 등으로 본인 재산은 2,555만원 감소했지만 부인의 재산이 4억9,823만원 늘어나 전체적으로 재산이 크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이 부총리의 재산은 처음 공직 재산등록을 한 98년 25억5,000만원에서 무려 3.6배로 불어났다. 이 부총리의 재테크 성공은 대부분 부인 진진숙씨 덕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진의종 전 국무총리의 딸인 진씨가 1979년 경기 광주에 2만3,000평 정도의 임야(2000년 기준시가 12억원)를 사들였다가 2003년10월~2004년3월 총 58억원에 매각, 수십억원의 차익을 얻었기 때문이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 홍석조 인천지검장 "주식 덕에"
지난 한해만 81억여원의 재산이 늘어났다고 신고해 고위공직자 가운데 1위를 차지한 홍석조(52·사시 18회·사진) 인천지검장은 재산 총액도 274억7,200만원으로 지난해 1위였던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125억6,000만원)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홍 지검장의 재산 증식 배경은 주식이었다. 홍 지검장은 현재 홍씨 집안이 대주주로 있는 보광그룹의 계열사 ‘휘닉스PDE’(옛 휘닉스 디스플레이전자)의 전체 주식의 10%선인 28만5,000주를 보유하고 있다. 홍 지검장은 "형인 홍석현 주미대사를 제외한 3형제와 누이동생이 이 회사의 대주주로 있다"고 밝혔다.
PDP관련 부품을 생산하는 휘닉스 디스플레이전자가 지난해 6월 코스닥에 등록되면서 주식이 액면가(5,000원)보다 10배 이상 뛰어 거액의 평가차익이 발생했다는 게 홍 지검장의 설명이다. 휘닉스PDE 주가는 재산신고 기준일인 지난해 말 현재 4만2,500원을 기록, 주당 3만7,500원의 차익이 발생했으며 올 들어 24일에는 5만8,000원 대를 기록했다. 단순 계산으로 그는 현재 151억여원의 평가 차익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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