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부터 2002년 사이 서울 금천구 문일고교의 교장과 교감, 교사 등이 학부모로부터 돈을 받고 조직적으로 해당 학생들의 성적을 조작해 준 것으로 경찰수사결과 밝혀졌다. 특히 교감 등은 대입 면접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당 학생에게 각종 표창장도 수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은 24일 문일고 학부모회 간부들로부터 금품을 건네받고 성적을 조작해 준 당시 이 학교 교무부장 김모(48)씨와 교사 정모(42)씨를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당시 교감 김모(59)씨 등 교사 4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또 학부모에게 돈을 받고 교사들에게 성적조작을 지시한 당시 교장 김모(56·미국도피중)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으며, 돈을 건넨 구모(45·여)씨 등 학부모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전 교장은 2001년 5월 중순께 학부모회 부회장인 구씨로부터 아들 기모(20·당시 고2)씨의 성적을 관리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모두 140여만원 상당의 금품 등을 받고 김 전 교무부장과 담당 교사인 정씨를 불러 학생의 성적조작을 지시했다.
이에 김 전 교무부장과 정씨는 같은 해 7월 기씨에게 수학과목 정답지를 알려주면서 이를 빈 답안지에 옮겨 적게 한 뒤 시험감독 교사의 서명을 위조해 원 답안지와 바꿔치기 하는 등 이듬해 7월까지 4차례에 걸쳐 성적을 조작했다. 이들은 또 2002년 7월과 10월에는 3차례에 걸쳐 영어 문학 과목 주관식 정답지를 기씨에게 유출했으며, 김 교감 등은 구씨로부터 200만원을 받고 3차례 표창을 받게 해줬다.
또 김 전 교무부장은 학부모 3명으로부터 23차례에 걸쳐 635만여원을 받은 뒤 2002년 10월 중순께 교무실에 보관 중이던 시험문제와 정답지를 복사해 자신이 소개한 과외교사 천모(26)씨를 통해 엄모(20·당시 고2)씨 등 학생 3명에게 유출했다. 화학교사 이모(54)씨는 이들과 별도로 학부모 유모씨로부터 4차례 갈비세트를 받고 2002년 5월 학생 오모(21·당시 고3)씨의 답안지를 바꿔치기 했다.
경찰은 이 같은 성적조작 사실을 확인하고도 교육청 감사과나 수사기관 등에 통보하지 않은 채 학교장에게만 자체 징계하도록 한 장학사 김모(44)씨 등 4명을 징계토록 서울시교육청에 통보했다.
이번 문일고 성적 조작에 연루된 학생 7명은 연세대 배재대 경기대 동양대 등으로 모두 대학에 진학했으며, 지난 12일 미국으로 도피한 김 전 교장 등 4명의 교사는 최근 사직했다.
이번 사건은 이 학교의 한 교사가 시교육청에 비리 의혹을 제보하면서 불거졌으며, 이 학교 출신인 서울경찰청 수사과 박모(34) 경장의 집요한 추적 끝에 전모가 드러났다.
신기해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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